군인권센터 "헌병단장, 다른 부사관의 병사 상대 가혹행위도 묵인"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지난 18일 K-9 자주포 폭발사고가 난 부대의 헌병단장이 부하 수사관의 비리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았다가 K-9 사고 조사에서 배제됐다.
24일 군인권센터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육군 5군단 헌병단장 백모 대령은 K-9 폭발사고 조사를 위한 민관군 합동조사단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5군단이 속한 육군 3군 사령부는 백 대령과 5군단 헌병 수사관 이모 원사에 대한 수사를 군 검찰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원사는 지난달 초 헌병단 건물 신축공사에서 나온 흙을 군단 휘하 한 부대 인근에 있는 본인 가족 소유의 밭으로 무단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사가 빼돌린 흙은 25t 트럭 150대 분량, 총 3천750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백 대령은 절도행위로 볼 수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아무런 형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받았다.
백 대령은 흙 유출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자 K-9 자주포 폭발사고 조사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본부 헌병실을 통해 현장 확인을 해본 결과 흙 유출은 사실로 드러났다"며 "해당 원사에 대해서는 징계나 형사처벌 등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백 대령이 헌병단 소속 다른 부사관의 폭언과 가혹행위를 묵인하고 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센터에 따르면 5군단 헌병단 차량 정비관으로 근무하던 임모 중사는 정비병·운전병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폭언과 가혹행위를 했고 집단 따돌림도 주도했다.
이달 초 한 정비병이 전역을 앞두고 피해 사실을 보고하며 조사를 요구하자 백 대령은 처벌을 약속했으나 정비병 전역 후 임 중사를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가혹행위 등을 은폐하고 가해자를 보호한 행태는 군 수사기관 책임자로서의 책무를 완전히 망각한 행태"라며 "헌병단장 스스로 병영 혁신의 걸림돌임을 자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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