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인간"…도다 세이지 휴먼SF 만화집

입력 2017-08-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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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인간"…도다 세이지 휴먼SF 만화집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가상의 세계. 시노하라 가오리는 3개월간 전신마비 여성을 의학적으로 돕는 일을 하는 18∼24세 여성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다.

거액을 제시한 광고는 우대조건으로 자살하고 싶은 사람을 내건다.

학교도 그만두고 부모와 남자친구로부터 버림받아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결심했던 시노하라는 죽기 전에 누구라도 돕고 죽자는 생각에 면접을 보고 합격한다.

시노하라의 일은 팔다리가 마비된 부자 노인 엔도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는 것. 수술 끝에 엔도는 시노하라의 몸을 이용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마음껏 하며 기뻐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시노하라의 생각은 점점 변해가는데….

일본 만화가 도다 세이지(48)의 신작 '스키엔티아'(애니북스 펴냄)는 과학이 발전한 가상세계를 무대로 한 공상과학(SF) 단편만화집이다.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에는 과학의 힘으로 인생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전신이 마비된 부호 노인에게 몸을 빌려준 뒤 희망을 되찾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보디 렌털'을 비롯해 먹으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약을 마신 남자의 이야기인 '사랑의 묘약', 먹으면 사랑이 보인다는 소문의 환각제를 찾아 헤매는 여고생의 이야기 '러브2000' 등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첨단 과학의 힘을 빌려 인생의 계기를 마련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들의 인생을 구원하는 것은 과학 그 자체가 아니다. '휴먼 SF'를 표방하는 만화는 결국 고난을 헤쳐갈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인간 그 자신임을 보여준다. 그림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짧은 이야기에 일관된 주제의식을 따뜻하고 담담하게 담아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조은하 옮김. 256쪽. 1만원.

작가의 데뷔작인 '이 삶을 다시 한 번'도 함께 재출간됐다.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가 절판됐던 작품이다. 인간의 면면을 생각해보게 하는 단편 30편이 수록됐다. 조은하 옮김. 168쪽. 9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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