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해법 전환되나…미 전문가들 "조건없는 대화" 촉구

입력 2017-08-24 17:38   수정 2017-08-24 17:45

북핵해법 전환되나…미 전문가들 "조건없는 대화" 촉구

헤커 "선결조건 철회하고 北과의 대화라는 다음 선택지 고민해야"

블룸버그통신 "트럼프의 '올리브 가지'가 대화로 가는 길 열 것"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먼저 요구하는 대신, 현실을 받아들이고 '조건없는 대화'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잇따라 눈길을 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뒤로 26일째 아무런 추가 도발 조짐을 보이지 않자 미국 안팎에선 양국의 대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들어 북한이 아무런 도발 없이 가장 오래 침묵한 기간인 27일을 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협 수위가 다소 낮아진 현 상황에서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북미 대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조망하며 미국 정부에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했다.






북한 정부의 초청을 받아 영변 핵시설을 직접 목격한 저명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은 23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대한 미 정부의 집착은 위험하고 잘못됐다"며 "'북한과의 대화'라는 다음 선택지를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민해볼 것"을 촉구했다.

헤커 전 소장은 "미국인 수천 명을 포함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한반도에서의 뜻하지 않은 핵전쟁에 휘말리는 상황을 피하려면 조건 없는, 면대면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이 미국과 힘의 균형을 맞추고자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침범하는 오류를 저질러 한반도 핵전쟁으로 비화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양국 간 대화가 필요한 이유로 꼽혔다.

그는 "우리의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나 핵 개발 프로그램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군 지도부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라며 "대화해서 이를 알아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한 말의 행간을 읽을 필요도 있다고 헤커 전 소장은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회담 전 일방적으로 양보할 리 없다는 점에서 최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기고문에서 제시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나 또 다른 무기 시험, 도발적인 위협 등의 즉각적 중단' 등의 대화를 위한 선결 조건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고위급 군사 외교 지도자로 구성된 소규모 팀을 평양에 보내야 하며, 다만 이 단계에서의 대화는 아직 '협상'의 형태여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북한 정부의 핵무장을 수용한다거나 북한 정권에 대한 보상이나 양보라는 신호로 해석되도록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신 핵 재앙을 막기 위한 중요한 소통의 끈을 다시 만들기 위한 단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울러 헤커 전 소장은 양측 대화에서 오해나 오역, 오산을 막을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북한의 공격은 그 종류가 핵무기, 화학, 전통적 무기에 상관없이 참혹한 보복 대응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도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도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흥분을 표하며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북한에 잘 전달돼 양국 간 대화 성사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북 사이의) 대화에선 둘 사이에 끼어있는 모든 문제를 다루고, 어느 쪽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적대 행위에 대한 문제도 평화협정 같은 것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성사된다면 초기에는 미북 양자 회담으로 진행됐다가 추후 다른 국가도 회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사사카와 평화재단의 와타나베 츠네오 선임연구원은 일본도 양국 대화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더 강경한 대북 입장을 요청한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북한을 향한 트럼프의 올리브 가지가 대화로 가는 어두컴컴한 길을 열 것'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대화론을 집중 분석했다.






한편, 헤커 전 소장은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미북 대화의 걸림돌이 되는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발언과 관련, 북한이 아직 미국을 공격할 만한 ICBM급 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핵무기와 핵기술 분야에서의 50년간 경험과 2004년부터 7차례 북한을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볼 때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하기에는 아직 주요 분야의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기술은 가장 연구가 덜됐으며, 북한이 가장 적게 실험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미사일을 대기권으로 재진입시키는 기술이 부족한 데다 북한이 보유한 우라늄과 고농축 플루토늄 양이 적다는 현실도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를 의심하는 이유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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