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국형TDF 올해만 1천300억원 유입…"저금리 시대 노후대비 대안"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은퇴 이후를 준비하려는 투자자들이 연금상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은퇴 시점을 목표로 한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펀드의 성장이 주춤한 사이 작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TDF 시장은 올 한해 3천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부흥기를 맞는 모습이다.
2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운용순자산이 10억원이 넘는 TDF 상품 37개의 설정액 총합은 3천787억원이다.
이중 올해 들어 새로 TDF에 유입된 자금이 3천282억에 달해 총설정액은 작년 말과 비교해 규모가 7배 이상으로 커졌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시점까지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의 자산 비중을 조정하면서 굴려주는 펀드다.
기존의 라이프사이클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스스로 펀드를 선택하고 원하는 시점에 직접 교체해야 했지만 TDF의 경우 투자자가 자신의 은퇴 시기에 맞는 펀드 하나를 선택하면 사전에 설계된 자산배분 솔루션에 따라 운용회사가 알아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TDF 상품을 출시한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파리바운용, KB자산운용 등 5곳으로 41개의 상품이 출시됐다.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TDF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한국형TDF' 시리즈다.
캐피탈그룹이 운용하는 12개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분산투자하는 이 펀드 시리즈에는 올해 들어서만 1천300억원이 유입되면서 자체 집계 기준 설정액이 1천900억원을 돌파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삼성한국형TDF2045H[주혼-재간접]_Cf'가 10.03%, '삼성한국형TDF2040H[주혼-재간접]_Cf' 9.83%, '삼성한국형TDF2035H[주혼-재간접]_Cf' 9.33% 등으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3월 채권혼합형 1종과 주식혼합형 6종으로 구성된 '한국투자TDF알아서 펀드시리즈'를 출시해 운용하고 있다. 설정액은 789억원이다.
미국 티로프라이스와 제휴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타 선진국 대비 5년 덜 일하고 5년 더 살아야 하는 상황과 환변동 리스크 등을 고려해 국내 주식 비중을 20%내외로 편입해 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며 "최근과 같은 국내시장 상승기에는 투자자가 별도의 국내투자 없이도 주가상승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에 일찌감치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재간접투자하는 TDF 상품을 내놓았다가 올해 들어 이를 재정비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펀드에 투자하는 전략배분 TDF도 새로 내놓았다.
미래에셋의 TDF 상품은 모두 11개로 TDF 출시 자산운용사 중 가장 많다.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의 TDF를 비롯한 연금 상품 운용 역사가 길다 보니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제외한 운용사들은 해외 유수 운용사와 제휴를 통해 자산배분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글로벌 TDF 1위인 뱅가드와 손잡고 '업계 최저수준의 보수'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 'KB온국민 TDF' 출시 한 달 만에 384억원이 설정됐다.
국내 주요 TDF가 액티브펀드를 편입한 것과 달리 글로벌 인덱스펀드를 활용해 피투자펀드에 대한 총보수를 연 0.15% 이하로 낮춘 것이 주효했다.
단기적으로는 작은 액수이지만 10년 이상 장기투자하는 TDF의 특성상 은퇴시점에는 큰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신한BNP파리바운용은 지난 6월 말 신한금융그룹의 주주인 프랑스BNP 그룹 산하의 자산배분펀드·TDF 운용 전문인 'MAS'(Multi Asset Solution)와 협업해 '신한BNPP 마음편한 TDF'를 출시해 운용 중이다.
한화자산운용은 JP모건과 함께 TDF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국인의 퇴직연령, 기대수명 등을 JP모건의 노하우에 접합시켜 연내에 TDF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원석 삼성자산운용 전략영업팀장은 "미국 TDF 시장은 디폴트옵션 등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10년 넘게 호황 중"이라며 "연금시장 성장 초기 단계인 한국의 TDF 시장은 그야말로 앞날이 창창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연 1%대의 저금리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가 개별적으로 투자해 노후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가진 TDF가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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