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여성의 운전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 여성이 남자 옷을 입고 운전한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신원을 추적해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동부주의 도시 알카프지에서 국적이 알려지지 않은 한 아랍계 여성이 중동에서 남성이 입는 통옷(디슈다샤 또는 타우브)을 입고 얼굴을 흰 천(구트라)으로 가린 채 운전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유포됐다.
이 여성은 별장으로 보이는 집에서 나와 렉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량을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한다.
비록 남자 옷을 입고 얼굴을 가렸지만 체형을 보면 여성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는 있다.
집에서 나갈 때부터 운전하는 과정을 모두 담은 이 동영상의 촬영 각도나 여성의 표정을 고려하면 운전하는 모습을 내보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경찰은 이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자 이 여성을 포함해 별장의 주인, 촬영자, 차주 등 이와 관련된 여성 2명과 남성 2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여성이 운전한 혐의는 물론 이들 남녀가 어떤 관계인지도 조사하고 있다.
사우디에선 가족 관계 아닌 외간 남녀가 섞여 사교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명문법은 없지만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 운전을 불허한다. 외국인 여성도 사우디에선 운전할 수 없다.
사우디에서 여성이 차로 외출하려면 가족 중 남성 보호자나 고용된 기사가 운전을 대신 해야 한다.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관습 탓에 여성의 직장, 학업 등 사회활동이 제약되고 운전기사를 고용해야 하는 탓에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곤 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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