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경제인들 '상생·협력' 한목소리…학계는 '사드' 설전
한국측 수교 행사에 정협 부주석 참석…냉랭한 분위기 반영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한국 측이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베이징(北京)에서 풍성한 행사를 마련해 관계 개선을 시도했으나 행사장에서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는 등 냉랭해진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유관 기관들과 협력해 24일 베이징 중국대반점에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식을 포함해 학술 및 경제 포럼, 투자 로드쇼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해 분위기를 띄우는 데 주력했다.
중국 측과 공동 주관했던 지난 2012년의 20주년 행사에 비하면 빛이 바래기는 하지만 한국 측은 한중수교 25주년과 향후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이번 행사를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
이날 오후에 열린 '한중수교 25주년 경제인 포럼'에서는 180여 명의 한중 경제인들이 참석해 양국 간 다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협력을 통해 상생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쏭즈융(宋志勇) 중국 상무부 연구원 아주연구소 소장은 "한중 양국의 경제 협력 과정은 양국이 화합하면 서로 이익이 되고 다투면 모두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논리를 증명했다"고 밝혔다.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본부장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한중 관계가 잠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양국 경제인이 발전 방안을 모색해 더 희망적인 한중 관계로 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한중 경제인들의 이런 훈훈한 분위기와 달리 같은 시간 바로 옆 회의장에서 열린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학술 포럼에서는 양국 참석자들이 사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한중미래연구원과 중국 판구(盤古)연구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포럼은 건설적인 미래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으나 사드에 관해 이견을 보이면서 논쟁이 일었다.
판구연구소 학술위원회 명예 주임위원인 위홍쥔 전 대외연락부 부부장은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의 의지에 따라 사드를 도입했다"며 "이로 인해 지역 내 전략적 균형이 무너졌고 중국인과 중국 정부의 강한 반대를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위 전 부부장은 "사드와 관련해 많은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기대와 어긋나는 양상을 보였다"며 "문재인 정부가 정세를 올바로 파악하고 중국의 우려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해 주기를 기원한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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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측의 박은하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반박하며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대사는 "사드배치를 놓고 누가 옳은지 따지기보다는 사드의 근본 원인인 북핵 위협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며 "한중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고 하지만 사실상 전략적 소통이 없는 상태인데 북핵 위협이 커지는 지금이 한중간 협력이 정말 필요한 상황이다"고 역설했다.
이어 열린 주중한국대사관 주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식 또한 사드 여파로 냉각된 양국 분위기가 감지됐다.
주중대사관은 중국 측 주요 인사와 한국 교민 등 500여 명을 초청해 리셉션과 문화행사, 만찬 등으로 성대하게 진행했으나 정작 중국 측 '주빈'이 서열은 부총리급이지만 공산당원이 아닌 완강(萬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중국 측 행사에 천주(陳竺)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듯이 이날 행사에도 중국 외교부장 등 현직 핵심 인사의 참석을 배제하고 구색만 갖추면서 사드 문제로 냉랭해진 한중 관계를 반영했다.
완강 부주석은 축사에서 "수교 후 25년간 양국이 모두 정세에 큰 변화를 겪었지만, 양국은 서로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는 동반자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면서 "상호 이해와 신뢰, 협력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문제도 언급하면서 "모두 아는 이유로 지금 한중 관계가 어려우며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고 양국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은 양국 국민이 바라고 시대의 큰 추세"라면서 "양측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과 관심사를 존중하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장애를 극복해 올바른 궤도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장수 대사도 축사에서 "이제 양국 관계는 실질적인 전략 협력 관계가 돼야 하며 북핵 및 미사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최근 양국이 당면한 현안도 노력하기에 따라 더욱 성숙한 한중 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주중대사로서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며 한중 관계가 흔들려서는 안 되고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양국 관계가 한 차원 높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 이은 문화공연에선 케이컬쳐그룹 '아양'의 노래에 이어 전통 연희 '사자춤'의 한중 합작 무대가 시연됐고 가야금 산조와 발레리나 김주원 공연까지 다채롭게 진행됐다.
이는 지난 23일 중국 측이 중국대외우호협회 주관으로 100여 명만 베이징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초청하면서 초라하게 수교 25주년 행사를 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중국 측의 23일 행사는 별다른 축하 공연도 없이 행사 시작과 함께 귀빈 소개, 양국 국가를 제창한 뒤 천주(陳竺)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장수 주중대사의 축사가 끝나자 바로 만찬에 들어가며 1시간 반 동안 최대한 짧게 진행됐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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