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지대 피해 우려…일부 정제시설 폐쇄·주민 대피령
주민들 '사재기'도…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 자연재해 시험대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옥철 특파원·송수경 기자 = 미국 남부 텍사스 주(州)에 지난 2008년 이후 9년 만에 처음 허리케인이 상륙할 것으로 보여 피해가 우려된다고 미 기상당국이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하절기 중부표준시로 이날 오전 4시 텍사스 주 해안 일원에 열대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멕시코만 해상에 있는 열대폭풍 '하비'(Harvey)가 텍사스에서 남쪽으로 3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 시속 60 마일로 강해지며 북상, 25일 중 텍사스 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으나, 오후 들어 "하비가 시속 80마일의 강풍을 동반하며 허리케인으로 발달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하비가 26일 오전 카테고리 3(3급) 허리케인으로 텍사스 주의 남부도시 코퍼스크리스티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루이지애나 주에도 내주 초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비'는 텍사스, 루이지애나 뿐 아니라 미주리, 플로리다 주에 영향을 미치고, 멕시코만 연안 유전지대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 지역에는 하루 700만 배럴을 정제하는 30개 원유 정제시설이 있다.
텍사스 주 그레그 애벗 지사는 30개 카운티에 선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재난통제센터 대비단계를 격상했다.
텍사스 해안지역 주민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텍사스 A&M대학 캠퍼스 생활공간은 폐쇄됐다. 로열더치셸과 엑손모빌의 원유 정제시설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올해 허리케인 시즌에 미 동남부에는 모두 14∼19개의 열대폭풍이 발생해 이 가운데 8개 안팎의 허리케인이 상륙할 것으로 기상 당국은 보고 있다.
'하비'가 무서운 속도로 텍사스를 덮칠 것으로 점쳐지면서 주민들은 긴급 상황에 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허리케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확보, 차에 실어 집으로 나르거나, 발전기와 합판, 물 등을 '사재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허리케인 '하비'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몇 차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자연재해를 맞닥뜨리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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