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증 위반하면 징벌적 과징금 부과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가축 질병에 이어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현행 축산안전관리시스템이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정부가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산업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사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먹거리의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계란·닭고기 이력제 도입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축산물의 위생·검역 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생산 단계를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유통·소비 단계를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엇박자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원화된 현행 체계는 박근혜 정부 초기 축산물 위생관리법 주무부처가 농식품부에서 식약처로 넘어가면서 굳어졌다.
2013년 당시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처로 격상하면서 농식품부의 농식품 위생·안전 관리 업무를 흡수하도록 했다.
식품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농식품부와 농민단체의 반발, 행정력의 한계 등으로 생산 단계 관리를 농식품부에 위탁하면서 사실상 '무늬만 컨트롤타워'가 됐다.
결국, 이런 불완전한 체계의 한계가 이번에 여과 없이 드러나게 되면서 재정비 필요성이 불거졌다.
누가 관리·감독을 맡을지 등에 대해선 명확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와 식약처 간 물밑 싸움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축산업 전반에 걸친 개선을 포함해서 축산물 위생·검역 업무 일원화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당장 생산단계에서부터 계란과 닭고기 안전 관리가 강화될 수 있도록 이력추적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대해서만 시행 중인 이력추적 시스템은 축산물마다 고유 번호를 부여해 생산부터 국민이 소비할 때까지 전체 유통단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처럼 식품안전 문제가 터지면, 문제가 되는 물량을 즉각 역추적해 폐기·회수 조치하는 등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한우의 경우 개체별로 이력추적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계란과 닭고기는 생산량이 많은 만큼 정부는 농장 단위로 이력추적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9년 본격 시행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준비 작업에 착수해 내년 시범사업을 한다.
◇ 친환경인증 기준 대폭 강화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수익성 위주에서 동물복지형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정부가 마련 중인 축산대책의 또 다른 핵심이다.
정부는 동물의 면역력을 크게 저하하는 현행 공장식 밀집 사육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가축 질병은 물론 이번과 같이 살충제 오·남용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동물복지형 축산 정책과 함께 친환경 인증 제도도 정비하기로 했다.
부실 인증 논란이 불거진 친환경 인증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내년부터 신규 친환경 인증은 동물복지형 농장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인증 기준을 위반한 농가에 대해서는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 부과, 정부지원 배제 등 엄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불거진 '농피아' 문제 근절을 위해 유관기관 출신 공무원의 인증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조치 등도 추진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사육환경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 관련 법령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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