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정책 토의 중심 부처 업무보고…'격의없는 토론' 주도자는 文대통령
與 제출 방송법개정안에도 "문제점 생각해봐야"…靑 "수정 지시는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부터 시작된 중앙행정부처 업무보고에서 격의 없는 토론을 끌어내기 위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과거 부처 현안을 열거하던 업무보고에서 탈피해 핵심정책 위주로 심도 있는 토의를 벌이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한 만큼, 토론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부터 '총대'를 메고 나선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업무보고 첫날인 22일부터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의 핵심정책 토의에서 다소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이던 지난해 7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발의한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최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방송관계법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 사장 선임권이 있는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한 '특별 다수제'가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특별 다수제를 도입하면 소신 있는 인사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무난한 인사가 공영방송의 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발언에 앞서 문 대통령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이런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으로서 여당이 낸 법안에 대해 문제점을 생각해보자고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토론 활성화를 위해 주제를 제한하지 말고 자유롭고 격의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토론이니까 하나의 의견으로 이야기해보자는 전제를 명료하게 밝히고 말씀을 꺼낸 것"이라며 "일부에서 '대통령의 지시'라는 해석도 나오는데 전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토론 형식의 업무보고를 시행한 첫날인 만큼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런 것도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화두를 던지신 것"이라며 "방송관계법 개정안을 수정하라는 지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외교·통일부 핵심정책 토의에서는 대북정책 논의와 관련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비공개회의에서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말은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인데 외국 정상이 하면 좋은 말이 되고 내가 하면 논란이 되는 이중적인 구조가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거나 과감한 대북 접근법을 검토하면 '전략적'이라는 평을 듣는 반면, 한국이 남북대화를 하자고 하면 대북 제재를 손상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모든 다양한 의견이 토론을 통해 공론화됨으로써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 개방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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