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 비율 21%로 급상승…좌·우타자 상대로 다른 '목적구'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KBO리그의 메이저리그 '수출 1호'인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할 때 현지 언론의 가장 큰 시선을 끈 부분은 '뚱보' 투수 데이비드 웰스처럼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점이었다.
속구와 '전가의 보도'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4피치'(pitch) 투수로서 류현진은 2013∼2014년 다저스 3선발 투수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왼쪽 어깨와 팔꿈치 수술 후 3년 만에 돌아온 올해 정규리그에서 4가지 구종만으론 생존할 수 없었다.
속구 구속이 나오지 않아 체인지업의 위력도 반감됐다. 류현진은 스스로 습득한 컷 패스트볼(커터)을 5번째 구종으로 장착했다.
전반기에 커터를 시험 가동한 류현진은 후반기에 본격적으로 구사 비율을 높였다.
류현진은 우타자에게 주로 던지던 체인지업을 좌타자에게도 뿌리고 우타자에겐 체인지업과 더불어 몸쪽으로 휘어지는 커터를 필살기로 사용하면서 후반기 승승장구하고 있다.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서 류현진의 커터는 큰 위력을 발휘했다.
류현진은 땅볼만 12개를 솎아내며 해적 타선을 손쉽게 요리했다. 커터뿐만 아니라 체인지업, 커브도 효과적이었다.
과거에 병살을 낚을 때 비장의 무기가 체인지업이었다면 이젠 커터를 활용해 땅볼을 밥 먹듯 유도한다.
야구 통계사이트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류현진의 커터 비율은 전반기 막판 전체 구종의 14%에서 후반기에 21%로 급상승했다.
이날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도 93개의 공 중 속구(31개) 다음으로 많은 21개를 커터로 채웠다.
커터가 증가한 대신 후반기 속구와 체인지업의 비율은 40%에서 35%로, 26%에서 21%로 줄었다.
11%이던 커브 구사율이 19%로 껑충 뛰어오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류현진이 우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커터의 비율은 후반기에만 23%를 차지한다. 속구 35%, 체인지업 25%의 비율로 우타자를 봉쇄하는 데 3개 구종을 즐겨 던진다.
좌타자에겐 커터 대신 속구(44%), 슬라이더(17%), 체인지업(19%)으로 레퍼토리를 바꾼다.
좌·우타자를 대상으로 '목적구'를 달리한 덕분에 류현진은 '팔색조'의 위력을 되찾고 장타허용률도 급격하게 낮췄다.
류현진이 후반기 6경기에서 내준 홈런은 1개로 전반기 15개에서 크게 줄었다.
이날도 안타 4개를 단타로만 내줬다. 외야를 향해 날아가는 큼지막한 포물선은 보기 어려웠다.
류현진이 '5피치' 투수로 완벽하게 변신하면서 피안타율은 전반기보다 8푼 가까이 떨어진 2할대 초반이다.
전반기 0.512에 달하던 장타허용률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포스트시즌 로스터 진입을 향해 류현진이 던지는 후반기 '짠물 투구'의 원동력은 5개 구종의 절묘한 하모니에 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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