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액 1조9천~2조엔, 범일본 세력이 경영권 쥐려 집착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시바가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8월 말까지 미국 웨스턴 디지털(WD) 진영에 매각하려는 것은 플래시메모리 세계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현재 매각액수는 1조9천억~2조 엔 선에서 조정 중이다. WD의 출자 형태 등도 협상 조건이며 기본적으로 일본세력이 60% 이상 의결권을 쥐고 경영권을 쥐려고 집착하지만 여전히 유동적이다.
25일 아사히·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전날 경영회의를 열어 미국 투자펀드인 KKR, 일본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으로 구성한 WD연합과 매각 협상하기로 정했다.
도시바는 지난 3월 말 5천529억 엔의 채무초과에 빠졌다. 상장을 유지하려면 2018년 3월 말까지는 채무초과를 해소해야 한다. 장부상 도시바메모리 사업가치는 7천억 엔 전후로 추정된다.
2조 엔에 매각하면 도시바는 1조3천억 엔 규모의 매각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자기자본으로 환산할 규모는 세금을 내면 8천억 엔 정도에 머물 전망이다. 채무초과의 해소에는 충분한 규모다.
도시바가 WD를 택한 것은 플래시메모리 세계 1위인 한국 삼성전자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대립하던 두 회사가 뭉치면 세계 점유율은 30%를 넘어 삼성에 근접한다.
반도체메모리는 두 자릿수 성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조사회사 IHS마켓에 따르면 2016년 NAND형 플래시메모리 세계시장규모는 367억 달러(약 41조4천억 원)로 2021년에는 40%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수개월 양사가 도시바메모리 사업 매각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제품개발·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받아 현장 사원 사이에도 불안이 퍼졌다. 그 사이 삼성은 독주태세를 강화했다.
수치로도 입증돼 올 1분기 세계점유율을 보면 1위 삼성은 전년 동기에 비해 2.9%포인트 상승한 36.7%인 반면 2위 도시바는 4.5%포인트 하락한 17.2%, 3위 WD는 0.5%포인트 떨어진 15.5%였다.
아울러 WD는 메모리 생산을 욧카이치공장에만 의지하고 있어 추가설비 투자에 참가하지 못하면 최신형 메모리를 조달할 수 없게 되는 리스크도 생겼다. WD 경영진은 초조해져 타협을 시도한 것이다.
욧카이치공장의 생산 설비는 도시바 그룹과 WD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WD 이외의 제삼자가 반도체사업을 인수했을 경우 권리관계가 복잡해져 공장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리스크도 있었다.
도시바는 WD 진영과 세부조건 교섭에 들어갔지만 월내 계약 체결에는 장애물도 많다.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WD 출자비율을 낮추며 2조엔 규모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KKR이 3천억엔씩, WD는 전환사채로 1천500억엔을 출자하고 주거래은행들이 7천억엔을 융자하는 안이 거론된다. 도시바도 1천억엔, 다른 일본기업들도 출자한다.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해 협의를 계속해 왔지만 '우선'은 사내적인 위치 부여였기 때문에 법적인 구속력은 없어 24일 우선 협상자를 바로 교체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주장했다.
WD 진영과의 협의는 배수진이지만 실현되지 않으면 별도의 재무개선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협의에는 수많은 관계자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도시바의 의도대로 될 결론날 지 불투명하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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