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관영언론 '日 미국산 미사일방어체계 도입'도 지적
"과거 불만 있을 때 발트해·알래스카 등지에서도 비행훈련"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한미 양국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23일 러시아 공군의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외신들은 대체로 이번 상황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과 UFG의 중단을 촉구해온 러시아가 일종의 무력시위를 전개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 군 관계자는 "러시아 항공기 편대가 어제 오전 KADIZ에 들어와 우리 공군 전투기 편대가 긴급 출격했다"며 러시아 편대가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고 전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장거리전략폭격기 투폴레프-95MS(Tu-95MS) 편대가 Su-35S(수호이-35S) 전투기, A-50 조기경보기 등과 동해를 포함한 태평양 공해(公海) 상공에서 비행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러시아 전략폭격기 편대가 태평양 공해 상공에 나타나면서 한국과 일본 공군 전투기 편대가 긴급 발진해 러시아 편대의 비행 목적 등을 확인해 방공식별구역 밖으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편대가 한반도 인근 태평양 공해에서 훈련을 진행한 시점이 마침 한미 UFG훈련 중 이뤄진 데 주목하고 러시아의 무력시위를 통해 UFG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UFG 훈련과 관련 "정례적인 대규모 한·미 군사 해상훈련 실시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촉진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모든 당사국에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한다"면서 "해당 지역에 군비가 집중되면서 어떤 경솔한 행보나 의도치 않은 사고도 군사충돌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 관영 뉴스전문채널 RT에 따르면 최근 일본 방위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하고자 '육상형 이지스 시스템'(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을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확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가 일본에도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하고 동해 상공에서의 이번 비행훈련이 이와도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타국 인근 상공에서 무력시위를 전개하며 불만을 드러낸 것은 더는 낯선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 영공 인근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접근을 차단했다.
당시 발트해 공중감시임무 수행을 위해 나토에 파견된 스페인의 F-18 전투기 2대가 에스토니아 상공으로 접근하는 러시아 미그-31 전투기 2대와 AN-26 수송기 1대를 차단하기 위해 에스토니아 아마리 공군기지에서 긴급 발진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유럽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나토군이 공중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접근을 차단하는 상황이 잦아졌다.
지난 5월에는 러시아의 장거리 폭격기 '투폴레프(Tu)-95MS 베어' 2대와 러시아 최신예 전투기 '수호이(Su)-35S 플랭커' 2대 등이 미국 알래스카 인근 상공으로 근접 비행해 미국이 F-22 전투기 2대를 대응 출격한 바 있다.
이보다 한 달 전에는 러시아 폭격기들이 나흘 연속 알래스카 인근 상공을 근접 비행하면서 미국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는 러시아의 이런 무력시위가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러시아는 그동안 여러 차례 무력시위를 전개해 서방의 비난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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