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일부, '기축통화 야망' 위안화로 조성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20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대규모 펀드를 조성한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은 전날 제다에서 열린 '사우디-중국 경제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알팔리 장관은 "아직 준비 단계이지만, 양국 지도부 간 확약은 이뤄졌다"며 이 펀드가 인프라스트럭처, 에너지, 광산업, 원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양국이 200억 달러 가치가 있는 11가지 사업계약을 이번 주 내 체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알팔리 장관은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상무 부총리와도 만나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우디 측은 펀드의 일부를 중국 화폐인 위안화로 조성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는 미국 달러에 맞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키우려고 하는 중국에 희소식으로 여겨진다.
카이로 아메리칸대학 중동연구소의 로버트 메이슨 소장은 "중국과의 무역 및 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위안화를 사용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며 이를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로 해석했다.
양국은 지난 3월에는 에너지에서 우주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650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의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펀드 조성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었지만, 지난해 이를 러시아에 빼앗겨 조바심이 난 상태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교역국이기도 하며, 지난해 양국 무역액은 423억 달러(약 47조원)에 달했다.
중국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중동 지역으로의 경제적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동 지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영국 배스대학의 티모 키비마키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동 산유국과 인접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중동 일부 국가에서 '소프트 파워'를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앙숙 관계라는 점에서, 양국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중국이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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