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부터 도자까지…장인들이 전하는 홍콩의 다채로운 얼굴

입력 2017-08-25 13:29   수정 2017-08-25 15:01

건축부터 도자까지…장인들이 전하는 홍콩의 다채로운 얼굴

홍콩 대표 디자이너 순회전 '컨플런스20+' DDP서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전시장.

사람들이 나무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몸을 돌리지 않아도 서로 얼굴을 볼 수 있게 한 이 의자는 홍콩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알란 찬(67)의 '실크로드' 시리즈다.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했던 대면형 의자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간결한 디자인과 단단한 구조, 천연 호두나무의 은은한 무늬가 돋보인다.

서양 문화와 동양 미학을 결합한 작업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알란 찬을 비롯해 홍콩의 손꼽히는 디자이너들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26일 DDP에서 공식 개막하는 '컨플러스20+'(Confluence20+) 전은 건축, 패션, 도자, 공예, 가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홍콩 디자인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다.





홍콩 디자인 생태계를 보여준다는 이번 전시에는 참여 작가 20명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하는 건축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게리 창은 사실상 벽이나 다름없는 공간을 집으로 탈바꿈시킨 설계를 선보인다.

C.L.램의 찻잔과 접시, 컵은 커피 찌꺼기와 맥주 찌꺼기, 생선뼈, 새우껍질 등을 재료로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아름답다.

전시장 한쪽에 있는 중국찻집은 앙증맞고 깜찍한 제품들로 국내에도 알려진 밀크디자인 설립자, 리치윙의 작품이다. 한 평도 차지하지 않는 찻집과 간결하고 소박한 다구(茶具)는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말해준다.

전위적인 건축 프로젝트 설계를 하는 제임스 로의 미래 건축 구상도 흥미롭다.

서양 문화와 동양 문화가 만나는 창구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 밀도를 기록하는 도시로서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전시다.

기획자 저우완메이는 기자간담회에서 "홍콩의 크리에이티브 산업 특징을 보여주는 전시"라면서 "강의 지류들이 하나로 모이듯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스토리를 모았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돼 특별행정구(SAR) 지위를 얻은 지 20년이 됐음을 기념해 열리는 국제 순회전 중 하나다.

서울전은 올해 4월 이탈리아 밀라노, 6월 홍콩에 이은 3번째 전시다. 2주간 열린 밀라노 전시 때는 9만5천 명이 다녀가 성황을 이뤘고 밀라노 디자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다음 전시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다.







개막 당일에는 '영감의 계보: 전통에서 혁신으로'라는 제목의 포럼도 열릴 예정이다.

전시는 무료이며 9월 16일까지.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ttp://confluence20.hk/)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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