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범타' 맞았나…"대북제재 미적거리다 원조삭감 철퇴"

입력 2017-08-25 15:26  

이집트 '시범타' 맞았나…"대북제재 미적거리다 원조삭감 철퇴"

美주요언론 '새 대북압박 기법' 등장으로 해석

국무부 "북한과 절교" 촉구…트럼프, 엘시시에 "장애물 극복요망" 전화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최근 미국이 이집트에 해마다 지급하던 거액의 원조 자금을 삭감한 것은 전 세계가 북한을 제재하고 고립시키도록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 이집트에 매년 지급하던 3천억 원 규모의 군사·경제 원조 자금을 삭감하거나 보류하기로 했다.

표면적 이유로는 이집트 정부의 인권문제, 시민사회단체 탄압이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은 이집트 자체보다 북한을 겨냥한 조치일 수 있다고 WP는 해석했다.

이집트가 여전히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이번 결정의 핵심적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가디너 해리스와 디클랜 월시 기자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최우선 과제가 북한의 경제적, 외교적 고립"이라며 "그는 거의 모든 회동에서 외국 지도자들에게 북한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이집트 원조삭감은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좀 더 거시적인 차원의 노력으로 보인다고 WP는 분석했다.

이집트는 북한의 전통적 우방으로 꼽힌다.

1973년 중동전쟁 당시 북한은 이집트에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집트 통신사 오라스콤이 북한의 이동통신망 구축을 도왔다.

유엔의 제재와 미국의 군사 원조도 양국의 이 같은 관계를 흔들지는 못했다.

최근 유엔의 한 보고서는 이집트가 북한은 물론 그 반대편과도 손을 잡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집트는 지난해 수에즈운하를 통해 무기를 실어나르던 북한 화물선을 적발하는 것을 도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에서 불법적으로 스커드 미사일 부품을 조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전 정부들은 이집트와 같은 국가들이 북한과 관계를 끊게 하도록 압박을 시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 개인에 제재를 가하는 데 상당한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다른 국가들도 유엔 제재를 따르게 하도록 하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냈다고 WP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전화통화 때 이미 이와 관련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각국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북한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WP는 이집트 일간지 알 쇼루크의 칼럼니스트 모하메드 알만샤위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결국 이집트가 북한과 관계를 끊도록 만들 것이라면서 "이집트가 미국과 구축한 전략적 관계는 다른 어떤 나라도 대신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집트와의 관계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사소하다.

그러나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원조를 철회하는 방안은 미국이 구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북 압박이라고 WP는 해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에 대한 원조삭감·보류 결정이 내려진 이틀 후인 24일 엘시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양국 관계 발전을 바라며 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애물을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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