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여 이어진 선고 내내 침착한 모습 일관
법정에 박관천 전 경정 '깜짝' 방청…방청 경위는 말 아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먼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를 말하겠습니다."
2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결정할 1심 선고 공판의 시작을 알렸다.
그룹 전직 임원들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은 이 부회장은 재판장의 말에 초조한 듯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장이 방청객들에게 주의사항을 고지하는 동안 이 부회장은 초조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종이컵에 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선고 공판은 재판장이 먼저 혐의별로 유·무죄 판단 이유를 설명하고,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형량을 정하는 배경인 '양형' 이유를 말한 뒤 선고에 해당하는 '주문'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전원의 혐의 중 일부 액수를 제외한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유죄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하는 동안 자연히 전직 임원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반면 이 부회장은 재판 시작 때보다 오히려 침착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시종 무표정한 얼굴로 재판장의 말을 들었다. 앞선 속행 공판이나 국회 증언 때처럼 짙은 남색 정장에 넥타이 없이 흰 셔츠 차림이었고, 호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바르기도 했다.
"주문. 피고인 이재용을 징역 5년, 박상진을 징역 3년, 최지성·장충기를 징역 4년, 황성수를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되는 시점부터 박상진에 대해서는 5년, 황성수에 대해서는 4년 간 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오후 3시 27분께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하자 법정 곳곳에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이 법정에서 구속되자 이 부회장을 제외한 피고인들은 모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끝내 큰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고 구속 피고인 대기실과 구치감으로 향하는 문을 통해 법정을 나섰다. 지난 7일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울먹였던 것과 달리 표면적으로는 평온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 부회장이 끝내 차분했던 것과 달리 한 여성 방청객은 재판이 끝난 직후 판결에 불만을 드러내며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삼성은 평창올림픽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판결이 어디 있나"라고 소리쳤다.
방청객의 소란을 제외하면 이날 재판은 대체로 차분한 가운데 이뤄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복 경찰관을 방청석 일부에 배치했고, 법원도 법정 안팎에 방호원을 배치했다.
한편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던 박관천 전 경정도 이날 특검·검찰 측에 할당된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박 전 경정은 법정에 출석한 경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자라서 온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한 일간지 편집국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재판은 법정 장내가 정리되는 시간을 포함해 1시간 여만에 끝났다. 이로써 지난 2월 28일 기소 후 178일 동안 선고 공판까지 총 54차례 열린 이 부회장 재판의 1심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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