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9개월 만에 대체상가 문 열어…새로 단장한 점포 곳곳 손님 붐벼
상인들 "얼떨떨하면서도 기분 좋아"…불탄 4지구 재건축 추진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김준범 기자 = "9개월 만에 다시 손님을 맞이하니 얼떨떨하면서도 너무 기분 좋습니다."
25일 오후 대구 중구 베네시움. 작년 11월 30일 큰불로 점포 679곳이 모두 타 생계터전을 잃은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이 대체상가로 사용하는 이곳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서문시장에서 250여m 떨어져 걸으면 4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신남역이 150여m 거리에 있다.
화재 피해를 본 4지구 상인 572명 가운데 246명이 지상 9층 건물 1∼4층에 한복, 이불, 액세서리 등을 파는 점포를 마련했다. 2년 6개월 동안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내고 장사할 수 있다.
나머지 피해상인도 원하면 5∼7층에 바로 점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는 10여년간 방치해 놓은 이 건물을 사용하기 위해 올해 2월 예비비 56억원을 편성하고 3월 설계, 4월 공사 입찰, 5월 착공, 7월 말 준공 등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게다가 전국에 뿔뿔이 흩어진 소유주 소재지를 파악하고 찾아다닌 끝에 무사히 총회도 열었다.
"눈으로 구경만 하지 말고 가게에 들어와 한번 입어보세요."
개장 첫날이지만 깔끔하게 단장한 점포 곳곳은 이미 손님으로 붐볐다.
한 이불가게 주인은 알록달록한 이불을 펼쳐 손님에게 보여줬다. 액세서리를 둘러보거나 반소매 티셔츠에 팔을 넣어보는 손님 모습도 보였다.
4지구에서 36년 동안 옷을 판매했다는 윤경숙(56)씨는 "오늘 손님이 많이 찾아주셔서 점심도 못 먹었다"며 웃었다.
화재로 이불을 팔던 점포 2곳이 타 2억∼3억원 가량 피해를 본 안경영(62)씨는 "단골에게 장사를 다시 시작한다고 연락했다"며 "손님이 오가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웃 이불가게 이기세(61) 대표는 "화재로 장사를 못 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다"며 "좋은 물건이 많은 이곳에 시민이 자주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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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시움 건물 옥상에서는 권영진 대구시장, 노기호 4지구 비상대책위원장, 국회의원, 상인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체상가 개장을 축하하는 기념공연이 열렸다.
노 비상대책위원장은 "재기를 꿈꿀 수 있어 가슴이 벅차다"며 "시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랑과 관심 덕에 대체상가가 문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에 타버린 서문시장 안 4지구 건물은 지난달 중순 완전히 철거함에 따라 공터로 변했다. 중구청은 주변에 펜스를 설치해 접근을 통제했다.
시는 상인과 협의해 인근 공영주차장 건물(지상 7층), 1지구 상가(지상 2층)와 연계해 다시 건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지구와 1지구, 공영주차장 터 지하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공영주차장 자리를 광장으로 조성하는 것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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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시장은 "피해 상인이 다시 영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감개무량하다"며 "4지구 대체상가가 활성화하도록 많이 방문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suho@yna.co.kr, psyk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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