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각 자금, 공익재단·벤처캐피털 운영에 사용"
"청년들 한국 어려우면 외국에서 기회 찾아야"…베트남 추천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운 회사가 8개국에 5천500명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락앤락을 글로벌 종합생활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도록 물러나려 합니다."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의 창업주인 김준일(65) 회장이 25일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에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27살인 1978년 국진화공을 설립해 39년 동안 키워온 기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분 매각 배경을 묻자 "40년간 이 회사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어릴 때 부유하게 살다가 중학교 때 집안이 잘못돼 가난하게 됐습니다. 그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돈을 벌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락앤락은 대표 제품인 4면 결착 밀폐용기 '락앤락'이 인기를 끌면서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2000년대 들어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면서 한국을 넘어 국제적인 종합 생활기업으로 커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4년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던 중국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그는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현지로 직접 건너가 진두지휘하다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당시 열흘 만에 몸무게가 5㎏이나 빠질 정도로 몸이 안 좋았고 심장에 이상이 생겨 귀국해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회사는 어떻게 되느냐는 걱정에 기업을 넘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창업자인 김 회장이 지분 매각을 결정한 이유가 비단 나빠진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40년간 키워온 회사를 100년 가는 글로벌 종합생활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도 숨어 있다.
그는 "락앤락을 더욱 성장시킬 방법을 고민했는데 글로벌 전문투자기관으로 성공적인 기업 경영 비법을 가진 어피니티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3남을 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명이 락앤락에 다니지만,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았다.
그는 "요즘처럼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는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성공률이 가장 낮다"면서 "우리 애들은 아직 세상 경험이 많지 않으니 그게 큰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분은 매각했지만 김 회장은 앞으로 1년 이상은 락앤락이 연착륙하도록 회장으로 있기로 했다.
김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세금과 은행 빚을 제외하면 3천여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그는 이 돈을 공익재단과 벤처캐피탈 운영 등에 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인 '아시아 발전재단'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청년이 창업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신생기업) 컨설팅을 하거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을 운영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그동안 기업을 경영해 온 경험을 살려 청년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어렵게 번 돈을 가치 있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서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김 회장은 "한국이 어려우면 외국에서 할 수 있다"면서 "아직 우리와 수십 년 격차가 나는 베트남 등에 기회가 많다"고 조언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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