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체포영장 발부해 신병확보 나서…재판은 연기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재임 중 행한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 때문에 실형을 받을 위기에 놓였던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재판에 불출석한 가운데, 그가 재판 직전 해외로 도피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해외도피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잉락 전 총리는 쿠데타로 권좌에서 물러나 유죄 판결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하기까지 친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전철을 똑같이 밟게 된다.
잉락 전 총리는 재임 중 행한 쌀 고가수매 정책의 부정부패를 묵인한 혐의(직무유기)로 25일 오전 태국 대법원 형사부에서 선고공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불출석했다.
이와 관련, 잉락이 소속된 푸어타이당의 한 소식통은 현지 언론에 "그녀가 분명 태국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잉락의 소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BBC도 푸어타이당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잉락이 예상을 깨고 재판 직전 태국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앞서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도 "잉락이 이미 태국을 떠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오늘 아침만 해도 잉락이 용감하게 법정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당국에 잉락 전 총리의 소재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태국 대법원은 잉락이 예정된 시각에 법정에 나오지 않자 재판을 다음 달 27일로 연기하고 체포 영장을 발부해 강제구인에 나섰다. 군부 정권은 각 국경검문소에 경비를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태국 군부가 정치적 혼란을 피하려고 잉락의 출국을 허용했거나 의도적으로 도피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군부 정권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어쨌든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잉락 전 총리는 친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게 됐다.
탁신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고, 2008년 법원에서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을 위기에 놓이자 해외로 도피했다.
친나왓 가문의 아홉 형제 중 막내인 잉락은 지난 2011년 푸어타이당의 추천을 받아 총리직에 올랐다.
그는 총리 재임 중인 2011∼2014년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하는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을 폈다.
2000년대 이후 태국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승리한 탁신계 푸어타이당의 정치적 기반인 북동부(이산) 지역 농민들에게서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결국 잉락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잉락을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해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했고, 검찰은 재정손실과 부정부패를 방치했다면서 그를 법정에 세웠다.
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지난해 10월 잉락에게 무려 350억 바트(약 1조1천700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또 법원은 이와 별도로 쌀 수매 과정의 부정부패를 방치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도 진행해왔다. 이날 예정됐던 형사재판 선고공판에서 유죄가 선고됐다면 잉락은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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