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리스크, 부동산·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금리동결에 무게
소수의견 나올지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노재현 기자 =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예고한 뒤 두 번째 열리는 오는 3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관련 강한 신호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월 이주열 총재가 깜빡이를 켠 이래 기준금리 인상은 금통위 선택지에 들어있다.
한은은 7월 말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하게 개선되면 완화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이 무렵 공개된 7월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장기간 지속된 완화적 기조로 인해 과도하게 급증한 부채가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해 금리 인상 필요를 언급했다.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한은 안팎에서는 연내 인상 시나리오가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8월에 소수의견으로 신호를 주고 부동산대책과 가계부채 대책 효과를 본 뒤 10월 혹은 11월에 금리를 올린다는 전망이었다.
당시 발표된 경제지표도 연내 금리 인상 시나리오에 무게를 더했다.
7월 말 나온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분기 대비 0.6% 증가로 1분기(1.1%) 만큼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었지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수출은 반도체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였고, 부진한 민간소비도 1분기보다 0.9% 늘어나며 6분기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한은 역시 7월 중순 열린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2.8%로 올려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세 등과 관련해 저금리 문제를 지적하며 한은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자 채권시장이 들썩이기도 했다.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연내 금리인상 관측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여기에다 내년 3월 말에 물러나는 이주열 총재가 임기 중 금리인상 의지가 강하고 반 발짝 빨리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는 등의 분석도 더해졌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이달 초순 북핵 리스크가 불거지며 확 바뀌었다.
새 정부 출범 기대 등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개월 만에 꺾였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빈자리는 더욱 눈에 띄었다. 관광 뿐 아니라 전 방위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조치 영향이 예상보다 더 길고 크게 나타나고 있다.
7월 수출물량지수도 반도체 중심으로 9개월째 상승하기는 했지만 상승률이 0.1%에 그치며 급격히 둔화됐다.
금리동결은 물론 소수의견도 안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리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7일 "수출 온기가 내수로 퍼져나갈지, 추경 집행으로 일자리가 확대될지, 부동산과 가계부채 대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정책 효과 등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 같다"며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며 "북핵 리스크가 있는데다가 세계경제 2분기 개선 흐름이 3분기에도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아직 신호를 충분히 주지 않은 것 같다"며 "가계가 소비, 부채상환 등에 대비를 해두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을 놀라게 하며 금리인상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금통위원도 미국과 유럽 등 세계 통화정책 정상화 흐름과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리인상 요인을 설명하면서도 "경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청와대 발 한은 독립성 논란 때문에라도 한은이 이달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최근 한은 부총재 임명으로 8월 금통위는 다시 성원을 채워 열린다.
금통위가 북핵 리스크 등 대외 악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할테니 대비하라는 경고를 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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