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소외 우려…"현장 목소리 들어달라"
박성진 후보자, 인사청문회 앞두고 업무파악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훌륭한 교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 걱정이다."
2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로 박성진(49) 포항공대 교수를 지명했다는 소식에 중소기업계는 예상 밖의 인물이 됐다며 당혹감을 보였다.
박 후보자는 포항공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선후배들과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력이 있다.
또 모교에 교수로 부임해서는 2012년부터 창업과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해 설립된 포스텍 기술주주 대표이사를 맡아 엑셀러레이팅(신생기업에 대한 투자·지원) 사업을 펼치며 창업을 도왔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가 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학자이자 20년 전부터 대기업·벤처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학자"라며 "새 정부의 스타트업(신생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이끌 적임자"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벤처 부문을 제외하면 박 후보자가 중소벤처기업부의 다른 두 축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무에는 사실상 문외한이라 최저임금 인상 대책 등 산적한 현안을 파악해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박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는 적임자라고 주장하지만, 중소기업 쪽에는 알려지지 않은 파격 깜짝 인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는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이사로서 중소기업보다는 지나치게 벤처 쪽에만 초점을 맞춘 인사 아니냐, 오히려 과학기술 쪽이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관후보자 지명 발표 뒤 중기부 직원들조차도 "박 후보자가 누구냐"라고 할 정도로 박 후보자는 중소기업계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인사들 사이에서는 "훌륭한 학자겠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장을 얼마나 알고 이해할지 걱정이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실제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논문을 발표하거나 관련 행사에 참석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관심을 보이고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쪽은 정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의 지적이다.
중소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애초 초대 장관으로 힘 있는 정치인을 선호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으로는 다른 부처 장관보다 리더십이 강하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관료 출신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정책 추진력이 약할 것으로 보이는 교수가 왔다는 소식에 중소기업계 일부에서는 아쉬움을 보였다.
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으로 임명되면 당장 일자리 창출과 함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계가 반발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에 대처하는 등 산적한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부족한 부분은 현장 기업인과 소상공인과 소통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문제 등에 대해 정부 내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보고서나 통계 숫자보다는 현장을 직접 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소상공인은 "대통령이 고심해서 결정한 인사인 만큼 기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에 벤처의 장점을 가미하는 새로운 정책이 나올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본격적으로 보고를 받으면서 업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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