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서울 강남 등 전국 정비사업지 곳곳서 승부 가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자금 조달 시중은행 확보, 세계적인 설계회사·건축디자인 회사와 협약, 지하철을 뒤덮은 광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최대어'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住區)의 입찰 마감일이 내달 4일로 다가오면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9월에는 이 밖에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의 시공사 선정이 줄을 이을 예정이다.
◇GS "재건축 첫 입찰 전 금융협약" vs 현대 "건설사 최상위 재무구조"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9월 4일 입찰을 마감하고 같은 달 28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결정한다.
삼성물산을 제외하고 10대 건설사들이 모두 관심을 보여왔던 곳이지만, 조합이 요구한 입찰 보증금이 1천500억원이고 공사비도 2조6천억원을 투입해야 해 자금 여력이 있는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GS건설과 현대건설의 '맞대결'로 압축된 양상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1973년 지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현재 지상 6층에 불과하지만, 재건축을 통해 지상 최고높이 35층의 5천388가구로 탈바꿈한다.
이 단지는 강남권 최대 랜드마크로 2조6천억원의 천문학적인 공사비가 걸려 있고 한강변 대단지 아파트 시공을 통해 회사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데다, 향후 재건축시장의 입지를 다질 수 있어 두 회사는 사업을 따내려고 사활을 걸고 있다.
먼저 GS건설은 최근 KB국민은행과 8조7천억원 규모의 '반포주공 1단지를 위한 금융 협약'을 체결했다. 시공사 선정 시 정비 사업비(1조7천억원), 조합원 이주비(3조8천억원), 일반 분양 중도금(3조2천억원) 등 금융 비용을 모두 조달받는 내용이 담겼다.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 전에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을 진행할 시중 은행을 정해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S건설은 조합원들에게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미리 은행과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이번 수주에 '올인'하는 차원에서 강남의 알짜 사업지라 불리던 서초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빠졌으며, 3년 전부터 이 사업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유명 설계사도 동원했다.
GS건설은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글로벌 건축디자인 회사 SMDP와 협약을 맺고 외관 디자인을 진행 중으로 SMDP의 수석디자인 겸 최고경영자(CE0) 스콧 사버가 직접 반포 현장 사무소를 찾기도 했다.
조경도 해외 유명업체 EDSA에 맡겼다.
다른 유력 수주 후보로 '반포 진입'을 노리는 현대건설은 안정적이고 탄탄한 재무구조와 신용 등급을 최대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과 건설사가 함께 재건축을 진행하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채택한 반포주공1단지에 가장 적합한 시공사는 사업 성공과 직결되는 탄탄한 재무능력을 갖춘 현대건설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번 사업은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협약서 조건상 차입금과 건설사 대여금 그리고 마지막 3순위로 공사비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시뮬레이션 결과 건설사는 착공 1년6개월이 지나 공사비를 받을 수 있는 데다, 공사비를 제외한 사업비가 1조7천억원 투입되고 이주비, 중도금 대출에 대한 시공사 보증까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데 현대건설은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7월 기준 5조4천억원으로 건설사 중 가장 많고 부채 비율은 가장 낮으며,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로 최상위권에 든다.
현대건설은 또 세계적인 설계회사 HKS와 손잡고 이 단지에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도입해 '고품격 주거단지'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최대어' 답게 장외 경쟁도 뜨겁다.
단지 인근 지하철 4·9호선 동작역 내부에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의 홍보물이 곳곳에 붙어있다.
조합에서 단지 내 현수막 게시를 금지하자 건설사들이 대신 지하철역을 통해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를 보면 GS건설은 사업비, 이주비, 중도금 등 자금조달 준비가 완료됐음을 강조하고,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를 내세웠다.
◇ 9월 서울 강남권 등 전국 곳곳서 '수주 혈전'
9월에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국의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전에서 맞붙는다.
앞으로 약 한달간 시공사를 선정할 사업지의 공사금액 규모는 약 6조~7조원대에 이른다.
9월 2일에는 서울 방배13구역 재건축 단지(2천296가구 규모)의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린다. 5천752억원의 사업비가 걸린 방배13구역 수주전에는 GS건설과 롯데건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주 뒤인 9월9일에는 서울 방배5구역과 서울 신반포 13·14·15차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려 시공사를 결정하는 '빅 매치'가 펼쳐진다.
7천500억원의 공사비가 걸린 방배5구역은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입찰에 나섰다.
신반포13차는 롯데건설과 효성건설이 맞붙었고, 신반포14차는 롯데건설과 동부그룹이 경쟁하고 있다. 신반포15차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각각 공사비는 신반포13차 899억원, 신반포14차 719억원, 신반포15차 2천98억원이 걸렸다. 세 곳 모두 롯데건설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는 점이 눈에 띈다.
이밖에 9월 16일에는 공사비 1조3천억원이 드는 부산 시민공원 촉진3구역 재개발의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린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SK건설 '3파전'의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
같은 날 경기 안산 고잔연립8구역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결정전에서는 SK건설과 한화건설이 맞붙는다.
끝으로 9월 28일에는 강남 재건축 최대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린다.
9월22일 입찰이 마감되는 송파구 미성·크로바 시공사 선정총회는 10월11일에 열릴 예정으로 GS건설과 롯데건설이 경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단지를 수주하면 수주고를 확 끌어올릴 수 있고 주요 사업지 수주를 따내면 향후 다른 정비사업지의 마케팅 효과도 생기기 때문에 수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 주요 정비사업지 시공사 선정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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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선정일│사업지명│사업유형 │공사비│가구수│경쟁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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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일 │서울 방배13 │재건축│5,752억원 │2,296가구 │GS건설 vs │
││구역│ │ │ │롯데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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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문화8구│재개발│3,100억원 │1,600가구 │GS,SK vs │
││역 │ │ │ │두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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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9일 │서울 방배5구│재건축│7,500억원 │2,257가구 │현대(단독)│
││역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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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반포1│재건축│899억원 │346가구 │롯데 vs 효│
││3차 │ │ │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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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반포1│재건축│719억원 │279가구 │롯데 vs 동│
││4차 │ │ │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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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반포1│재건축│2,098억원 │673가구 │대우 vs 롯│
││5차 │ │ │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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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6일 │부산 시민공 │재개발│1조3,000억│3,500가구 │현대산업개│
││원 촉진3구역│ │원│ │발 vs 롯데│
│││ │ │ │ vs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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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고잔연 │재건축│2,150억원 │968가구 │SK vs 한화│
││립8구역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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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3일 │문정136 │재건축│2,460억원 │1,265세대 │GS vs 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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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8일 │반포주공1단 │재건축│2조6,400억│5,388가구 │GS vs 현대│
││지 1.2.4주구│ │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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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1일│잠실 미성 크│재건축│4,696억원 │1,888세대 │GS vs 롯데│
││로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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