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CICIG 위원장 외교 기피인물로 선언…헌재, 임시 명령 이행중단 결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자신의 대선자금을 수사하던 유엔 산하 반부패 기구의 수장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렸지만 헌법재판소가 잠정 중단 결정을 내렸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정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콜롬비아 국적의 이반 베라스케스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면책 국제위원회(CICIG) 위원장을 외교적 기피인물로 선언하고 그에게 즉각 자국을 떠날 것으로 명령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동영상에서 "나는 우리 국민의 이익은 물론 국내 법치와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베라스케스에게 우리나라를 즉각 떠나라고 명령했다"며 "베라스케스가 내정에 간섭해왔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또 베라스케스를 추방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카를로스 라울 모말레스 외교부 장관을 경질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이런 명령을 중단해달라며 2명의 변호사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임시 중단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그러면서 외교·국방·내무부가 발라스케스의 추방 절차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헌법재판관 5명 중 3명이 추방 중단 결정에 찬성했다. 헌재는 본안소송을 심리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모랄레스 대통령의 추방 명령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루크레시아 에르난데스 마크 보건부 장관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부패에 대한 면책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사임했다.
일부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와 CICIG 사무실 앞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의 추방 명령을 규탄하기도 했다.
CICIG는 지난 2015년 현지 검찰과 함께 세관 뇌물 비리를 저지른 오토 페레스 몰리나 전 대통령의 퇴진과 구속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대선자금을 수사하면서 모랄레스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5일 CICIG와 과테말라 검찰은 모랄레스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국민통합전선(FCN)의 대선자금 수사를 진전시키기 위해 대법원에 모랄레스 대통령의 면책 권한 박탈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법원이 대통령의 면책권 박탈 판결을 내리면 의회가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과 CICIG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80만 달러의 자금 출처에 관해 설명하기를 거부하고 FCN의 회계장부를 은닉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무죄를 주장해온 모랄레스 대통령은 같은 날 베라스케스 추방을 위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났지만 구테흐스 총장은 베라스케스에 대한 신임을 밝혔다.
코미디언 출신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몰리나 전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에 힘입어 2015년 10월 당선됐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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