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가치' 질문에 즉답 피하며 "자기 생각 말하는 것"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버지니아주(州) 샬러츠빌 폭력시위에 대해 양비론을 펴며 옹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최근 샬러츠빌 유혈사태에서 드러난 인종적 증오를 비난하는 성명을 낸 것과 관련해 미국의 가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는 미국의 가치를 표현하며 미국 국민과 미국의 가치를 대변한다"면서 "우리는 자유, 그리고 모든 사람이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데 헌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메시지는 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누구도 미국 국민의 가치, 또는 미국 정부와 기관이 그러한 가치들을 증진하고 수호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렇다면 대통령의 가치는?'이라는 질문을 받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대통령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The president speaks for himself)"이라고만 답했다.
이에 진행자가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틸러슨 장관은 "나는 지난주 국무부 연설에서 우리의 가치에 관한 의견을 말했다"며 비켜갔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지난 18일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인종주의는 악(evil)이며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다양성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가리킨 답변이다.
미 언론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백인우월주의자와 신(新)나치 단체 등 극우세력에 의해 촉발된 샬러츠빌 유혈사태의 책임을 맞불 시위대를 포함한 '여러 편'에 돌리는 양비론적 발언을 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관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CNN 방송은 이번 인터뷰가 틸러슨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미묘한 신호이자, 샬러츠빌 사태에 관한 트럼프와 일부 각료 사이의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정권 시작부터 존재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정책적 이견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인터뷰라고 평가했다.
CNN은 또 이날 틸러슨 장관이 최근 백악관에서 쫓겨난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를 포함한 국수주의자들과 국제협력 및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관여주의자 사이에서 내부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부인했음에도, 실제로는 국무부가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외교정책 방향을 몰고 가려는 보좌관들과 씨름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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