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협조 기대 속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목소리 커질까 긴장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새로 출범한 안철수 대표 체제 국민의당의 대여노선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안 대표가 27일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겠다"며 강경발언을 쏟아내자, 민주당 내에서는 정기국회에서의 내년도 예산안 통과나 개혁입법 추진에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당과의 대치가 심해진다면 국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높다는 점을 앞세워 국민의당이 국회 운영에 협조하도록 일찌감치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안 대표의 사실상 대표 행보 첫날인 28일 공개 발언을 통해 국민의당의 입법협조를 당부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에게 기대하는 국민이 많다. 또 안 대표가 저의 바로 옆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하는 등 저와의 인연도 깊다"며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민생을 살리고 성과를 내는 정치를 복원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안 대표도 정부나 여당과 방향이 같으면 전폭 지지하겠다고 했다"며 "안 대표의 대선 공약집을 봤더니 탈원전 정책, 경제민주화 정책, 소방관·경찰 증원 등 공공일자리 늘리기, 강력한 안보 등 민주당의 약속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도 깜짝 놀라고 정부와 여당도 기분 좋게 긴장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원내 핵심 관계자 역시 "안 대표가 얘기하는 '실천적 중도개혁' 노선과 우리 당이 내건 가치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협력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반대를 위한 반대나 정부 발목잡기 등의 행태로는 국민의당의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안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협조할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협조를 할 것"이라며 희망 섞인 기대감을 표시했다.
특히 국민의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의 개혁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안 대표가 반대 일변도로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물밑에서는 이전 국민의당 지도부보다는 확실히 대여 견제가 강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안 대표의 출마 이유 자체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는 '선명 야당'을 만드는 것이었던 만큼 대여 공세가 한층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안 대표는 전날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아이들의 미래를 갉아먹는 분별없는 약속, 선심성 공약과 싸우겠다", "서툰 칼질로 교육현장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등의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교육·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대립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당 '창업주'인 안 대표가 당을 이끌게 됐고, 이로 인해 국민의당 지지율도 소폭 올라갈 여지가 생겼다"며 "전체적으로 국민의당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도 강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원내 관계자도 "원활한 정기국회 운영을 위해서는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등과의 협치가 필수"라며 "안 대표 선출 이후 국민의당과의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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