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침공 위한 눈가림"…전문가 "군사작전 가능성 작아"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내달 14일부터 일주일간 실시할 군사훈련 '자파드 2017 훈련'을 앞두고 이들과 국경을 맞댄 유럽 각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러시아군이 진행한 훈련으로는 최대 규모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3개국의 접경지대인 러시아 서부와 발트해에 인접한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 동맹국 벨라루스 등에서 펼쳐진다.
모스크바는 이번 훈련 참가 병력은 1만3천여명 이내라고 밝히고 있으나 서방 각국은 참가 규모가 1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군의 대규모 훈련에 대한 나토 회원국들의 우려는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번 훈련이 대선 개입 의혹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서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서갈등이 30년 만에 최고조에 이른 시기에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훈련은 이전에도 주변국 침략 준비를 위한 눈가림용으로 악용된 사례가 있었다.
러시아는 2014년 군사훈련을 빙자해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바 있고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침공 며칠 전에도 인근 코카서스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었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는 이번 훈련이 자국 침공작전을 위한 정지 작업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고 인근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구소련에서 독립한 발트해 주변 3개국도 긴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군의 훈련 준비 상황을 고려하면 서방 당국자들은 이번 훈련에 10만여명의 병력이 동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가 밝힌 군사장비만 680여기에 이른다.
신문은 이번 훈련이 올해 초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4개국에 4개 대대를 배치한 나토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러시아 주변국들의 우려와 달리 이번 훈련이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조지아 침공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는 군사작전의 명분을 쌓기 위해 사전에 대대적인 선전 작업을 벌였으나 이번에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치·경제·군사 문제 전문가 모임인 '외교·국방정책위원회' 표도르 루키야노프 상임위 의장은 "이번 훈련이 던지는 메시지는 러시아의 이해관계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라며 "그 어떤 것(군사적 긴장)도 고조시키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벨라루스에 1천여명 규모의 방공·통신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러시아의 이번 훈련이 대규모 병력 증강을 위한 정지 작업의 일환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정치학자 새뮤얼 채럽 연구원은 "타국에 병력을 주둔시키려면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병력이 텐트에서 지낼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채럽 연구원은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이 서방의 표적이 될까 우려하고 있으며 이전에도 자국 내 러시아 군 기지를 유치하라는 압력에 맞서왔다고 지적했다.
의혹의 눈길이 부담스러운 듯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발트해 연안국, 스웨덴, 노르웨이와 유엔, 나토 등의 감시단을 초청했다.
초청 여부와 무관하게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이번 군사훈련을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채럽 연구원은 이번 훈련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수준의 러시아군 병력이 전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에서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정보작전부대도 이번 훈련에 참여하고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당시 이름을 날리다 러시아 육군 개혁으로 1998년 해체됐다가 2014년 재건된 제1근위 탱크부대도 참여할 예정이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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