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처벌받지 않는 시대 끝났다…韓정치경제 터닝포인트"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징역 5년의 실형 선고는 "재벌 시대의 종말"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평가했다.
WSJ는 이날 사설에서 "삼성 총수에 대한 지난 금요일 선고는 한국 정치경제학의 터닝포인트를 상징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재벌이 한국의 전후(戰後) 개발을 이끌었지만, 권력 남용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지도자에게 법의 평등한 집행을 촉구하고 투자자들이 재벌 기업의 높은 수익을 주주들에게 분배할 것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의 사면은 없다고 선언하고, '재벌 저격수'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했다.
다만 재벌이 국회에 다수의 '우군'을 확보하고 있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이 40%에 불과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프로그램은 아직 신중한 기조라고 WSJ는 전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대중의 개혁 요구에 힘을 받아 행정 규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은 법은 이미 재벌의 권력 남용을 멈출 수단을 제공하고 있지만, 문제는 느슨한 법 집행이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WSJ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창업주 일가가 그룹 전체 자기자본에서 적은 비중만 소유하고 있음에도 통상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속세가 총수 일가의 보유 주식을 희석하면서 재벌은 세대교체 후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복원하기 위해 규제 당국의 관용에 의지해왔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에 이뤄진 "2015년의 악명 높은 합병"이 소액주주들에게 무려 70억 달러(약 7조8천억 원)로 추정되는 손해를 입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합병은 정부가 통제하는 국민연금공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삼성은 이후 자사주 처분을 취소하는 등 기업 소유구조 정리를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삼성과 다른 재벌 기업의 주식 가격을 끌어올렸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약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 판결 이후 한국 재벌의 미래에 대해선 "삼성전자가 지난달 사상 최고의 분기별 이익을 낸 것처럼 재벌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존재하고 번창할 수 있다. 그들은 변화의 속도를 늦추려고 할 것이고, 삼성은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과 같은 투자자들이 요구한 지주회사 구조를 거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WSJ는 "그러나 한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총수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은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치적, 경제적 압력이 재벌은 처벌받지 않는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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