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조선과 청의 문인은 어떤 글을 주고받았나

입력 2017-08-28 11:22   수정 2017-08-28 15:35

19세기 조선과 청의 문인은 어떤 글을 주고받았나

이상적의 '해린척소' 옮긴 '북경편지'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흰 구름이 산에 떠 있을 때는 편하고 좋은 것을 세상 마칠 때까지 고맙게 여기며, 파랑새가 도(道)를 전할 때는 좋은 소식이 다행히 때를 타고 온다고 합니다. 그립고 그립습니다."

청나라 학자인 장요손(張曜孫, 1808∼1863)은 1838년 1월 28일 조선인 우선(藕船) 이상적(1803∼1865)에게 편지를 보내 그리움을 전했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오랫동안 주고받으며 교유했다.

역관이었던 이상적은 26세 때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12차례나 중국을 다녀왔다. 그는 중국의 미술품을 수집하는 한편 청대의 유명한 문인과 폭넓게 교제했다.

이상적은 청나라 문인이 보내온 편지 279통을 모아 해린척소(海隣尺素)라는 책을 만들었다. 이 책에는 장요손뿐만 아니라 조선의 금석문을 연구해 서적을 편찬한 유희해(劉喜海), 청나라 최고의 경학자 완원(阮元)의 아들인 완복(阮福) 등 61명의 서신이 담겼다.

출판사 사람들이 펴낸 신간 '북경편지'(北京便紙)는 해린척소의 국내 첫 완역본이다. 편지 원문을 싣고 번역 원고와 주석, 15개 이본(異本)의 차이점을 수록했다.

역자인 정후수 한성대 교수는 서문 대신 쓴 해제에서 해린척소의 가치에 대해 "당시 실학파 계열의 많은 학자가 청조의 문사와 적극적인 교류를 했다"며 "조선과 청의 상호 문화교류 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편지에 담긴 사상과 문학성이 매우 뛰어나며, 청조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다"며 "이들이 주고받은 선물을 살펴보면 중국인이 조선의 인삼과 비단, 약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상적은 개화파 오경석에게 역과 시험 지도를 한 숙사(塾師)였다"며 "19세기 양국의 교류는 개화사상 성립의 모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원저의 제목인 해린척소에서 해린(海隣)은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의 작품 중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있다면, 하늘 끝도 이웃과 같다'(海內存知己/天涯若比隣)는 구절에서 따왔다.

이상적은 중국의 벗을 생각하면 사귄 길이 종횡 삼만 리, 중국의 여러 물품을 집에 간직하니 묵연(墨緣)이 상하로 수천 년이라는 내용의 시를 짓기도 했다.

768쪽. 5만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