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출생신고한 뒤 입양하려다 포기" 진술…도피 6개월 만에 검거
경찰 "범행동기 진술 신빙성 낮아 보여…구속영장 신청예정"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아이 2명을 낳았다고 허위로 신고해 정부와 회사에서 지원금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국내 항공사 승무원이 추적 6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오전 10시50분께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 은신하고 있던 류모(41·여)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류씨의 친어머니가 사는 집으로 체포 당시 류씨는 지난 6월 말 낳은 아들, 친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류씨는 2010년 3월과 2012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위조한 출생증명서를 구청에 제출해 정부와 회사에서 각종 지원금 4천84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를 받는다.
류씨는 강남구청에 출생신고를 하고 양육수당으로 1천여만원을 타갔으며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기간에 회사에서 급여 1천800만원, 고용보험에서 2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류씨는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고 나서 곧바로 휴직했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에게 거짓 임신을 들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류씨는 지난달 회사에서 해고됐다고 경찰에 밝혔다.
류씨는 경찰에서 "아이가 갖고 싶었는데 인공수정에 실패하고 나서 입양할 마음으로 우선 출생신고를 하게 됐으나 그 후 알아본 입양절차가 복잡해 포기하게 됐다"며 "의심받지 않으려고 정부와 회사에 양육수당 등을 신청했다"고 진술했다.
류씨는 두 번째 허위 출생신고 역시 "아이가 갖고 싶어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러한 류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류씨가 돈이 필요했다거나, 업무상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회사를 쉬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 등을 열어놓고 재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회사에서 받아간 금액이 크고 도피기간이 길어 도망의 염려가 있는데다 죄질이 중대하다"며 "류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 류씨가 구청에 제출한 위조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산부인과 의사는 2007년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류씨는 인터넷에서 출생증명서 양식을 보고 만들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계획했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류씨의 전 남편도 이번 일이 류씨 혼자 벌인 일이라고 했지만, 경찰은 양육수당 중 일부가 전남편의 계좌로 입금된 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공범일 확률이 크다고 보고 지난 5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이혼했다.
류씨가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경찰은 전 남편과의 대질신문 등은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전 남편을 소환해 류씨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추가 조사를 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 중순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에 불참한 류씨 첫째 아이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올해 초등학교 1학년생이 되어야 하는 류씨의 첫째 아이는 병원, 약국 등을 이용한 기록이 전혀 없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류씨는 세 번째 임신을 했다며 회사를 휴직한 상태였으며,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해 6개월째 행방이 묘연했다.
류씨가 임신했다는 산부인과 진료기록이 남아있고 최근까지 함께 지낸 동거남도 류씨의 임신 사실을 확인했지만, 류씨는 다니던 병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류씨는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쓰지 않았으며, 금융거래도 하지 않고 병원에도 다니지 않아 경찰은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류씨는 집을 나와 1주일가량 모텔을 전전하다 강서구 방화동 일대 빌라에 방을 얻어 홀로 지내왔으며, 아이는 경남에 있는 외삼촌 집에서 낳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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