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보통해 美 대북제재 리스트 소개 형식…직접 제재 피하며 '수위조절'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정부는 28일 단둥은행을 비롯해 미국 정부가 북핵·미사일 프로그램 지원을 이유로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린 중국·러시아 기업 등과의 거래에 대해 각별히 주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날 관보에 게재한 기획재정부 장관 명의 '미국 정부 지정 금융제재대상자 등과의 거래 주의 요청' 공고에서 "미합중국 정부는 2017년 6월29일 및 8월22일 북한의 핵개발 및 이와 관련된 차단을 위해 대통령명령(Executive Order) 제13382호 및 제13722호에 의거한 제재대상자와 애국법 제311조에 의거한 '주요자금세탁 우려대상'을 다음과 같이 지정했다"고 밝혔다.
명단에는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던 단둥리치어스무역·단둥은행(중국), 게페스트-M LLC(러시아) 등 기업들과 김동철(북한), 치유펑(중국)을 비롯한 총 12개 단체와 개인 8명의 영문 이름과 주소, 인적 사항 등이 포함됐다.
이중 중국 단체 7곳과 중국인 3명, 러시아 단체 1곳과 러시아인 4명, 북한인 1명이 포함됐다.
공고는 이어 "상기 제재 대상자 및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과 거래할 경우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 제한, 평판 손상에 따른 불이익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우리 국민·기업 및 금융기관이 미국 제재 대상과 거래함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각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제재 대상과 거래시 미국 밖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도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 제한, 평판 손상에 따른 불이익 등을 입을 수 있는 바, 이번 공고를 통해 우리 국민·기업의 인식을 제고함으로써 여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의 안보리 채택 이후 또 그 이전의 제재 방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한미 간에 긴밀한 공조를 통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도 그 맥락에서 이뤄진 것임을 시사했다.
강 장관은 이어 제재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공고 게재 소식을 전하며 "미국 정부가 지정한 제재 대상 관련 정보를 공지함으로써 우리 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해당 대상과의 거래를 통해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공고하는 조치인 것으로 그렇게 정부 차원에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공고는 북한의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시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이후 나온 사실상의 첫 조치다.
다만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해 12월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발표 당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던 중국 기업 훙샹(鴻祥)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거래 주의를 요구한 이번 조치는 수위 조절 측면이 엿보인다.
훙샹에 대한 제재가 우리 정부의 직접적인 독자제재였다면 이번 조치는 미국의 제재 대상 기업을 소개하면서 거래에 주의를 당부한 만큼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제재로 풀이된다.
이는 미묘한 한중관계 상황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가능성,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절실한 점 등을 두루 고려한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의 조율도 취하면서, 동시에 사드 국면으로 어려운 대중관계, 그리고 곧 큰 행사(문재인 대통령의 9월 동방경제포럼 참석 및 한러 정상회담)를 앞둔 대러관계도 김안해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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