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공백 장기화로 "근무기강 해이"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김인식 전 이사장이 이른바 '최순실 인사'로 지목되면서 중도 퇴진한 데 이어 해외 사무소에서 성추행 의혹까지 잇따라 불거지면서 조직 안팎에서 1991년 코이카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KOICA는 28일 "중동 지역의 사무소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최근 직속상관인 소장에게 5월과 8월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본부 소환을 탄원해 와 외교부에 보고한 뒤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휴가차 국내에 머물던 해당 소장을 직위 해제했으며, 금명간 감사반이 출국해 현지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부 조사에서 해당 소장은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원서를 낸 여직원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현재 해당 사무소에 정상 출근하고 있다.
KOICA는 "해외에서 성비위 의혹이 불거진 것만으로도 유감으로 생각하며 해당 사무소 활동 전반에 철저한 조사를 해 탄원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상급기관인 외교부는 일단 코이카의 자체 조사를 지켜본 뒤 해당 소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도 본부 고위 간부가 신규 파견 봉사단 점검차 코스타리카를 방문했다가 현지 사무소 인턴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사건 직후 의원면직된 해당 간부를 지난 24일 준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KOICA의 시련은 올해 초 김인식 전 이사장이 최순실의 인사개입으로 부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격화됐다.
김 전 이사장은 "최 씨와 일면식도 없다"고 극구 부인했지만 결국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과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 조직을 공황상태에 빠트렸다. 2016년 5월 부임한 그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지난 4월 사표를 냈다.
이처럼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재가 잇따라 불거지자 KOICA 주변에서는 "이것도 조직이냐" "오지에서 봉사하며 고생한다는 그동안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등의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부서장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도 문제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이사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직원들의 근무 기강도 크게 해이해진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봉사단의 안전사고까지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KOICA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월 라오스에서 봉사단원이 피살된 것을 비롯해 2008∼2015년 자살, 교통사고, 질병 등으로 7명이 사망했고 216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
KOICA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50개국에 4천814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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