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서 9월 23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8일 찾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선화랑에는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있었다.
백자 화병이 버거워 보일 정도로 무성하게 핀 꽃들은 서양화가 안광식(45)이 2년 전 시작한 작업이다.
흔하디흔한 그림 중 하나가 꽃 그림이지만, 작가의 작품이 독특한 지점은 '투명한 깊이감'에 있다. 캔버스를 뒤덮은 꽃과 항아리 모두 영롱하면서도 아득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바탕을 얇게 한 번 칠한 뒤 사포질을 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한지를 한 장 한 장 쌓아올리듯 50여 차례 붓질을 해요. 그 위에 드리핑(떨어뜨리기) 기법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5년간 연구한 끝에 나온 작업입니다."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양화라고 하면 튀어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동양화처럼 스밈의 작업, 양이 아닌 음의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화병에 꽂히거나 강변에 핀 꽃들은 작디작고 이름없는 존재들이다. 멀리서는 얼핏 안개꽃처럼 보일 정도다.
작가는 "대개 크고 화려한 꽃들을 그리는데, 저는 작고 이름 없고 잊히기 쉬운 존재들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보면 볼수록 애잔하고 연민이 느껴지는 꽃들"이라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30일 개막하는 개인전 '네이처-다이어리'에서는 신작 45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23일까지. 문의 ☎ 02-734-0458.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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