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리더십 공백' 삼성전자에 쏠린 국내외 시선

입력 2017-08-28 19:56  

[연합시론] '리더십 공백' 삼성전자에 쏠린 국내외 시선



(서울=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재 신용등급(AA-/안정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그러나 법정 공방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도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삼성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대담한 대규모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면서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차질을 빚어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외국의 유수 언론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경영 공백으로 이어져 대형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고 이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삼성의 혼란기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번 판결이 이 부회장의 '3세 승계'에는 위기가 될지 몰라도 삼성전자나 국가 경제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WSJ은 27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징역 5년의 실형 선고는 '재벌 시대의 종말'이자 '한국 정치경제학의 전환점'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WSJ은 또 한국에선 창업주 일가가 그룹 전체의 자기자본에서 적은 비중만 소유하면서도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국내 진보진영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약 6개월이 지났지만 삼성전자 실적이 올해 1·2분기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을 반증으로 든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분기에 영업이익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차제에 삼성이 냉철한 반성과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황제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 같다.



삼성의 총수가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것은 이 회사 79년 역사상 처음이다. 굳이 국제신용평가사나 외국언론의 진단이 아니더라도 삼성이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로 삼성에 '부패 딱지'가 붙으면,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적용하는 미국 등에서 거액의 벌금이나 사업 기회 제한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외국인 지분(53.5%)이 사주 일가의 영향력 행사 지분(19.9%)보다 월등히 많은 삼성전자의 지분 구조상 해외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공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는 연 매출 200조 원을 올리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초일류 기업이다. 이 회사가 흔들리면 국가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8일 사내 게시판 글에서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우리가 모두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경영진이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삼성전자의 최고위 경영자가 처음 위기극복의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직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당장 이 부회장의 부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권 부회장의 다짐처럼 모든 임직원이 전심전력해 위기국면 돌파에 매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울러 이 부회장과 회사 경영시스템을 겨냥한 비판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총수 한사람한테 과도히 의존하는 의사결정 구조는 삼성전자 같은 세계 일류기업과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회사 입장에선 불행한 사건임이 분명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경영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에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여망도 이와 같은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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