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에 방과후학교·급식 부당 위탁…개인회사 운영에 교직원 동원
서울교육청, 교장 등 4명 파면·해임 요구…경찰 수사도 의뢰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의 한 예술계 사립고 운영 과정에서 설립자 가족이 업무상 횡령, 부당 내부거래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교육당국에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청 지정 자율고인 관악구 S고와 학교법인 H학원 종합감사에서 16가지 문제점을 확인하고 관련자 10명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29일 밝혔다.
교장 김모(여)씨는 파면, 교장 김씨와 학원 설립자 이모씨 부부의 차녀인 방과후팀장 이모씨와 장남 이모씨(유치원 행정실장), S고 행정실장 정모씨는 해임(계약해지)을 요구했다.
이들에 대해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또 현재 H학원 이사인 설립자 이씨와 교장의 오빠인 이사장 김모씨에 대해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감사 결과를 보면, S고는 교장 부부의 차녀가 등기이사인 업체와 계약을 맺어 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탁해 2014∼2016년 총 14억원의 대금을 지급했다.
교육청 방과후학교 운영지침에 따르면 위탁업체 선정 시 학교장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의 계열회사 등과 체결하는 계약은 금지된다.
교장 부부의 차녀는 학교 명의 신용카드로 개인 물품 구매 등에 5천100여만원을 부당 사용했고 방과후학교 강사료 4천200여만원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남은 방과후학교 운영비 3억여원은 학부모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학교회계에 편입시켰다. 교육청은 이 돈에 대해 반환을 지시하기로 했다.
S고는 교장 부부 장남이 운영하는 영농조합에서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지 못해 납품 자격이 없는 김치를 급식용으로 납품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장남은 강원도 영월의 H학원 교육시설을 이용해 영농조합을 운영하면서 임차료를 안 냈고 교직원에게 조합 일을 시키기도 했다.
S고는 설립자가 운영하는 출판사 건물 지하에 폐자재 등을 쌓아두고 '학교사료관'이라며 임차료 등으로 1억3천여만원을 지급했다. 교직원이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급여(2천900여만원)는 학교에서 받아간 일도 있었다.
교장은 2012년 학교예산으로 1억원 상당 고급승용차를 법인 명의로 사들여 개인적으로 이용했다.
H학원이 운영하는 유치원 원장을 겸한 교장은 유치원 행정실장인 장남과 함께 아무 근거 없이 '기본운영비' 명목으로 매월 500만원씩 2014년부터 올해까지 2억원을 받아 챙겼다.
S고는 이처럼 설립자와 교장 가족에게 터무니없는 지원을 하면서도 "예산이 없다"며 교직원 연차수당과 명절휴가비를 깎거나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지급 인건비는 5천9천여만원에 달했다.
S고는 '쪼개기 계약'으로 9억9천여만원 규모의 교사환경개선공사와 1억4천800여만원 규모의 화장실 공사를 각각 77개 업체와 16개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나눠 맡겼다.
교사해고가 부당하다며 복직시키라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과 신규교원 공개채용, 교과용 도서 선정, 정기고사 부정행위자 처리 과정의 문제점도 발견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결과에 따른 처분 이행 정도와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H학원의 다른 이사들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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