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격돌…'이란 징크스 격파 도전'
손흥민·이동국·황희찬·김신욱 '골잡이 총출동'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최근 무득점 4연패(홈경기 1차례·원정 3차례). 한국 축구가 이란을 상대로 거둔 초라한 성적표 앞에서 원정 텃세 때문이라는 이유는 이제 '구차한 변명' 밖에 되지 않는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의 희망이 좌절될 위기에서 이제 화끈한 승리 만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리는 일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펼친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4승 1무 3패(승점 13·골득실 1)로 2위를 달리고 있다. 9차전 상대인 이란은 8경기 무패(6승 2무·승점 20)로 일찌감치 러시아 본선행 티켓을 차지한 터라 급할 게 없다.
이란과 최종예선 9차전은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다.
최종예선 A조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이 턱밑까지 추격한 터라 한국은 이번 이란전 승리가 절대적이다.
한국은 이번 9차전에서 '러시아행 티켓'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을 꺾는다는 가정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 치러지는 중국-우즈베키스탄의 최종예선 9차전에서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물리치면 한국은 남은 최종예선 10차전 우즈베키스탄 원정 결과에 상관없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 시나리오를 완성하려면 신태용호는 이번 이란과 최종예선 9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 '이란 징크스를 깨라'…비공개 훈련으로 '이기는 축구' 연마 = 한국은 이란과 역대전적에서 9승 7무 13패로 밀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1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을 1-0으로 꺾고 역대전적 9승 7무 9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지만 이후 내리 4연패를 당하면서 '이란 징크스'가 생겼다.
4연패를 당하면서 한국 축구가 비참하게 무릎을 꿇은 것만은 아니다. 4경기 모두 한국이 0-1로 졌다.
"우리가 못한 것은 아니다. 골 찬스는 많았지만 제대로 골을 넣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말한 손흥민(토트넘)의 말처럼 한국은 이란의 철벽 수비를 깨지 못하고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아시아 맹주'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1기 신태용호' 태극전사들의 이란 격파 의지는 뜨겁다. 신태용 감독은 21일 시작된 대표팀 소집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하며 '신중 모드'다. 그는 "글로벌 시대에 인터넷만 검색하면 훈련 내용을 모두 알 수 있다. 숨길 수 있는 것은 숨겨야 한다"라며 전력을 감췄다.
신 감독은 "신태용 축구가 아니라 이기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2014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팔색조 공격전술'로 대표되는 자신의 축구 색깔을 잠시 접어두고 오직 '이기는 축구'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게 신 감독의 의지다.
◇ '올드 & 뉴' 신구조화로 이란 격파 = 신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26명의 태극전사를 선발하면서 만 38세의 공격수 이동국(전북)을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만 21세의 골잡이 황희찬(잘츠부르크)도 뽑았다. 둘의 나이 차는 무려 17살이다.
신 감독은 이동국의 발탁에 대해 "정신적 리더 역할이 아니라 실력으로 뽑았다"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대표팀 분위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단순히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노장 선수를 불러들인 게 아니라 전술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동국을 선택했다.
수비진에서도 올해 K리그에 데뷔한 중앙 수비수 김민재(전북)도 과감하게 뽑는 등 신구조화에 염두를 두고 26명의 태극전사를 발탁했다. '노장의 경험'과 '신참의 패기'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이란전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신 감독의 의지가 엿보였다.
신 감독은 애초 이란을 상대로 원톱 스트라이커로 황희찬을 세우고 좌우 날개에 손흥민과 이재성(전북)을 배치하는 4-2-3-1 전술을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시즌 7골을 터트리며 가장 발끝이 뜨거운 황희찬이 무릎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한 게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여기에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도 무릎 수술로 이란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 감독은 이란전 베스트 11 선발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다행히 오른팔 골절상을 당했던 손흥민(토트넘)이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정상 컨디션을 찾았고, 지난 4월 무릎을 다쳤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도 의욕을 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돌리고, 구자철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기는 '전술 시프트'도 신 감독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권창훈(디종)과 남태희(알두하일)가 나설 수 있다. 구자철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동하면 정우영(충칭 리판), 장현수(FC도쿄), 권경원(톈진 취안젠) 등이 더블 볼란테의 짝을 이룰 수 있다.
포백라인의 중앙 수비는 '주장' 김영권(광저우 헝다)-김민재 조합이 예상되는 가운데 좌우 날개는 김진수(전북)-최철순(전북)이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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