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실형 선고가 예상됐던 재판에 불출석한 뒤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보이는 잉락 친나왓(50) 전 총리를 검거하기 위해 태국 경찰이 전담팀을 구성했다고 현지 언론이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스리바라 란시브라마나쿤 태국 경찰청 부청장은 전담팀을 구성해 잉락의 행방을 쫓고 있으며, 관련 부처와 공조해 잉락이 태국을 빠져나간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전 세계 190여 개 회원국에 현재 잉락의 법적인 지위 등을 설명하고 수사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잉락이 종적을 감춘 지 닷새째를 맞고 있지만, 당국은 여전히 그의 도피 경위와 소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잉락의 측근들을 통해 갑작스러운 도피 직전 그의 행적 등이 일부 흘러나오고 있다.
대법원의 선고공판이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23일 잉락은 오전 중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 강 근처의 한 사원에서 물고기를 방생했으며, 승려들에게 자신의 권력기반인 북부지역에서 생산된 과일과 음식을 시주했다.
측근들은 잉락의 사원 방문을 끝까지 재판에 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지만, 공판 하루 전인 24일 소식통들로부터 중형이 예상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서둘러 몸을 피했다고 전했다.
한 측근은 "잉락은 막판에 일을 서두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항상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일을 계획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말했다.
또 측근들은 잉락이 2명의 조력자와 함께 떠나면서도 아들은 방콕에 남겨두는 쪽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잉락은 24일 오전 10시 55분 페이스북 계정에 "당국의 보안강화 조처로 법정에서 지지자들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지만, 여전히 재판 출석 의지는 피력했다.
이 메시지를 끝으로 잉락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해외로 도피했는지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하다.
잉락이 속한 푸어타이당 소식통들은 그가 태국 남부를 거쳐 캄보디아로 들어간 뒤 제3국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또 잉락은 이후 싱가포르를 거쳐 두바이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잉락의 해외도피를 도왔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훈센 총리 측은 이런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재임 중 농민들의 소득 보전을 위해 쌀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수매하는 정책을 폈던 잉락 전 총리는 2014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쌀 고가수매 정책에 따른 재정손실 유발과 수매과정의 부정부패를 묵인한 혐의로 민·형사 소송의 대상이 됐다.
민사소송에서 무려 350억 바트(약 1조1천800억 원)의 벌금을 받고 재산까지 몰수당한 잉락은, 지난 25일 최고 10년의 징역형이 예상되는 형사 소송 판결을 앞두고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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