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측면서 의미…'비행중 3조각 분리' 日언론 보도에는 의견분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29일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한 것은 한미일 3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넘어 핵·미사일 기술 개발에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마지막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을 처음으로 실전적 환경에서 시험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날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지나 발사 지점에서 약 2천700㎞ 떨어진 북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미사일의 최고고도는 550여㎞로 파악됐다.
북한이 쏜 미사일은 지난 5월 14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화성-12형의 비행거리와 최고고도는 각각 780여㎞, 2천100여㎞로,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전형적인 고각발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행거리와 최고고도 등으로 미뤄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IRBM급 이상의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사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고 플라즈마 상태의 탄두부 표면이 일정한 모양으로 마모돼 예정 궤도를 오차 없이 비행하도록 하는 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핵심이다.
북한은 과거 여러 차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고각으로 쏜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순간의 속도가 낮고 재진입 각도도 거의 수직에 가까워 실전적 환경의 성능 검증을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북한이 이번에 화성-12형을 정상각도로 쐈다면, IRBM급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실전적 환경에서 처음으로 한 셈이 된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최고고도 등으로 미뤄 대기권 재진입 순간의 속도는 대략 마하 15에 달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는 ICBM의 대기권 재진입 속도인 마하 20 이상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재진입 기술 향상의 중요한 계기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고각발사와는 달리 미사일이 처음으로 실전과 같이 대기권에 비스듬히 들어간 만큼, 최적의 탄두부 마모를 위한 기술을 습득할 가능성이 있다.
ICBM의 대기권 재진입과 동일한 환경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환경에서 재진입 시험을 함으로써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탄두 재진입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상세한 제원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비행 중 세 조각으로 분리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관해서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우선, 화성-12형이 1단 추진체만 갖췄다는 점에서 1단 추진체, 탄두 보호용 덮개인 '페어링', 탄두가 분리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다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탄두 미사일은 비행 중 탄두 2∼3개가 분리돼 여러 지점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다탄두 미사일을 보유 중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어느 급의 미사일까지 다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 미사일의 탄두가 하강 중 폭발했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 탄두가 산산조각이 나는 게 정상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는다.
북한이 이번에 정상각도로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미사일 기술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실전과 같은 비행 궤적으로 쏴 괌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며 "이번 발사는 단순한 시험발사가 아니라 '위협 사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