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성년후견인이 후견 대상자(피후견인) 소유 주식의 주주권도 대신 행사할 수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와 롯데가(家)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그동안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 등을 근거로 롯데그룹 내 인사권과 주주권 등을 대신 행사하려 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5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은 6월 대법원으로부터 노령, 질병 등 탓에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률행위를 대신하도록 하는 한정후견인 지정을 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 김수정 판사는 성년후견을 받는 A씨의 가족이 낸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 결정' 사건에서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 소유 주식의 주주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성년후견이란 장애·질병·노령으로 인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신상보호나 법률행위를 대리하는 제도다.
3개 회사의 최대 주주인 A씨는 고령에 지병을 앓고 있어 성년후견인의 도움을 받아왔다.
피후견인에게 사무능력이 거의 없을 때 지정되는 성년후견인과 달리 신 총괄회장이 지정받은 한정후견인은 피후견인에게 사무능력이 다소 부족한 수준일 때 지정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피후견인의 법률행위를 동의·대리하거나 신상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성년후견인과 한정후견인의 역할이 비슷하다.
문제는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도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달라"며 한정후견 대리권의 범위 변경을 청구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는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을 지정한 뒤에도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 보유의 롯데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려 하는 등 논란이 될 만한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29일 열린 롯데그룹 주요 4개 계열사 임시주총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보유 해당계열사 지분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6.83%, 롯데쇼핑 0.93%, 롯데칠성음료 1.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비록 사단법인 선의 문제제기로 신 전 부회장의 뜻이 제대로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이 많지는 않아 주요 사안을 놓고 표결 등을 하는 과정에서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신 전 부회장의 이런 행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