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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11월 미얀마 방문은 악화하는 로힝야족 사태로 사면초가에 빠진 실권자 아웅산 수치에게 숨 쉴 공간을 주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자국의 종교 민족주의자들과 여전히 강력한 힘을 쥐고 있는 군부, 수치가 미얀마의 민족분쟁을 끝내고 개혁을 실행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하는 서방 지원국들, 원조기관, 인권단체들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치가 불교도 중심의 미얀마 사회에서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를 억제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교황 역시 그동안 여러 차례 로힝야족 탄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교황은 지난 27일에는 바티칸 성베드로광장 일요 삼종기도에서 "종교적 소수 민족인 우리 로힝야 형제들이 박해받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 있다"며 "그들이 완전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촉구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 불교로의 개종을 강요당하며 토지가 몰수되고,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등 핍박을 받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는 지난 2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에게 방화와 성폭행, 학살 등의 반인륜적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탄압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5일에는 방글라데시 국경 인근에서 로힝야족과 미얀마 정부군이 충돌해 100명 가까이 숨졌다.
이처럼 안팎에서 난제에 직면한 수치가 교황을 초청한 것은 상대적으로 공정한 위치에 있는 교황의 지지와 도움을 얻어 자국 군부와 서방의 비판을 막고, 절실히 필요로하는 숨 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수치는 물론 교황도 이번 미얀마 방문이 현지의 극단주의자들을 고립시키고 화해를 북돋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의 방문이 로힝야족을 적대시하는 미얀마 정부와 군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실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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