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7.1% 늘어난 429조 원으로 확정됐다.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복지지출이 12.9% 늘어나 전체 예산의 34.1%에 달했다. 복지지출이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가히 '슈퍼 복지 예산안'이라 부를 만하다. 교육 예산도 11.7% 늘어났다. 정부가 '사람 중심의 지속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나라 곳간을 과감히 열려는 것 같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0% 삭감됐고, 연구·개발(R&D) 예산도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예산안은 9월 1일 정기 국회에 제출되며, 국회는 12월 2일까지 심의해 처리해야 한다.
내년 예산 증가율 7.1%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6%) 이후 가장 큰 것이다.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5%)를 2.6%포인트 초과한 것이기도 하다. 새 정부가 대선 당시 공약한 정책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초점을 ▲일자리 창출과 질 제고 ▲소득주도 성장기반 마련 ▲혁신성장 동력 확충 ▲국민이 안전한 나라 ▲인적자원 개발 등에 두었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합한 지방이전재원이 14.2% 늘어나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된 것도 눈길을 끈다. 정부는 예산 규모를 늘리는 대신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벌여 11조5천억 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 때 늘어났던 문화·체육·관광 예산은 8.2% 깎였다.
정부는 내년 정부 총수입이 447조 원으로 올해보다 7.9% 늘어나 총지출을 18조 원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각각 3.0%, 4.6%로 잡고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내년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액은 678만8천 원으로 올해보다 5.8% 늘어난다. 국가부채도 708조9천억 원으로 700조 원을 처음 넘어설 것 같다. 그런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에 39.6%로 올해(39.7%)보다 소폭 낮아져 재정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보면 저성장 고착, 취업대란, 소득 양극화 등으로 국민의 삶이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큰 폭의 복지지출 증가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엄존한다. 정부가 내년 경제 상황을 낙관하고 세수 전망을 너무 높게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증가와 고소득 개인 및 법인에 대한 증세만으로 소요 재원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추가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국민 복지 예산은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 관련 예산을 늘리기 전에 중·장기적 인구 전망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복지재원을 확충하느라 불가피했을 수 있지만 SOC 예산을 20%나 줄인 것도 지나치다는 느낌을 준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혁신성장에 긴요한 R&D 예산을 소극적으로 편성한 것도 눈에 걸린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세밀히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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