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지금과 다를 바 없다"…총리의 개혁 의지 후퇴 비판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모든 상장기업에 최고경영자(CEO) 보수와 영국인 직원들의 평균임금 간 격차의 비율을 공개하도록 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또 모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주주총회에서 이뤄진 CEO 보수 지급안 승인 표결에서 반대 비율이 20%를 넘는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는 29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영국의 상장기업은 약 900개다.
아울러 이사회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더욱 반영하도록 하는 목표와 관련해선 모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에 직원들을 대변하는 비상임이사를 두거나, 직원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직원들이 선출한 이사를 지명하는 방안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정부는 올가을 관련 입법을 추진해 이 방안들을 내년 6월 시행할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권익 시민단체인 '하이페이센터' 스테판 스턴은 "투명성 강화와 주주들의 우려를 무시하는 기업들에 대중이 주목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에서 이뤄진 하나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투자자들과 이사회가 CEO 보수와 관련해 더 건설적이고 더 사려 깊은 대화를 하기를 원하는데 이런 임금 격차 공개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취임하면서 내놓은 약속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이 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한 연설에서 CEO 보수 지급안에 대한 주총 표결에 구속력을 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넉 달 후 내놓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계획 초안(그린 페이퍼)에서는 구속력 있는 표결은 보수 지급안 전체에 적용되거나 대안으로 보너스나 장기 인센티브계획 같은 성과 연동형 보수 또는 보수 인상에 한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고 물러섰다가 이번 최종 계획에는 이마저도 뺐다.
또 상장기업이 직원들이 선출한 대표를 이사로 직접 참여시키는 방안 외에 사외인사가 직원들을 대변하는 방안을 허용한 대목도 의지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노동조합단체인 TUC 프란세스 오그래디 사무총장은 지금과 크게 다를 게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그래디 사무총장은 "불과 1년 전 메이 총리는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거듭 약속했지만 이날 나온 계획들은 미미한 것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소방관, 간호사, 교사 등의 임금상승 상한선을 두면서 보여준 의지로 CEO에 대한 임금상한을 설정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하이페이센터가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에 편입된 대기업들의 CEO 보수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평균 550만 파운드로 직원들 평균연봉의 140배에 해당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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