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번 달 한국 증시는 조정을 받았다. 지난달 24일 2,450까지 오른 코스피는 이달 11일에는 2,320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후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2주일째 60일선 저항선(2,370) 부근에서 머물고 있다. 미국 증시(S&P500) 역시 60일선(2,440) 부근에서 횡보 중이다.
업종 측면에서도 낙폭이 컸던 업종은 반등세가 나타났다. 이번 달 업종별 수익률을 보면 부진했던 정보기술(IT) 부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하드웨어가 각각 상승률 3∼5위에 포진했다.
상승률 1위는 화학이었는데 신성장산업과 관련된 LG화학[051910]과 한화케미칼[009830]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수나 업종 흐름으로 봤을 때 주가가 반등에는 성공했으나 아직 본격적인 상승은 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여전히 불확실한 대외 이벤트들과 기업이익 회복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균열이 일고 있으며 때마침 부채한도 협상도 예정돼 있다. 북·미 간의 갈등이 중·미 간의 무역전쟁으로 확대된 것도 불안요인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당면한 자산 규모 축소 역시 증시에는 좋은 뉴스가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 행동주의 투자자인 빌 애크먼,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대니얼 아이버슨,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탈의 제프리 군드라흐,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 등이 주가 하락 리스크를 경고하면서 시장의 경계감이 더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몇몇 지표들도 주가 하락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7월 필라델피아 동행지수이다. 7월 36포인트까지 하락했는데 1980년 이래 50포인트 이하로 하락하고도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은 경우는 단 3차례에 불과했다.
다만, 이번이 과거와 다른 점은 경기선행지수가 여전히 탄탄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침체에 빠졌던 경우에는 모두 경기선행지수가 급격한 하락을 겪고 있거나 대부분 마이너스(-) 영역까지 하락한 상태였다.
장기적으로는 추세가 훼손됐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런 지표와 이벤트들이 투자자들의 공격적 베팅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팡(FANG)' 주식들의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당분간 업종·스타일 순환 전략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자금은 순환될 뿐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한국 증시와 아시아 증시는 다소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신흥국이 전부 약세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는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결론적으로 자금은 신흥국을 매도하고 떠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비교적 크고 상대적으로 차익 시현 욕구가 큰 신흥국 증시가 부정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금은 이익·경기 모멘텀이 더 탄탄한 아시아 신흥국으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3분기 실적이 윤곽을 드러낼 9월 중순 이후가 가능성이 큰 첫 번째 타이밍이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많지만 아직 지표상으로는 본격적인 매도를 시작하라는 신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작성자: 김영환 KB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 이 글은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