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반군단체 "로힝야족 보호 위한 자위적 활동" 반박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100명이 넘는 사망자와 1만여명의 난민을 유발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의 유혈충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미얀마 정부는 사건을 촉발한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테러단체임을 강조하며, 소탕전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다.
3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전날 최대도시 양곤에서 현지주재 외교관들과 유엔 기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라카인주에서 벌어진 ARSA의 경찰초소 습격사건과 이후 벌어진 반군의 소탕전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타웅 툰 국가안보 자문역은 "테러단체인 ARSA가 경찰초소 30여 곳을 급습한 8월 25일은 '검은 금요일'"이라며 "이 사건은 미얀마는 물론 역내에 심각한 암시를 던졌다"고 말했다.
또 미얀마 경찰청장인 윈 툰 준장은 "ARSA는 자신들만의 영토를 확보하려는 야욕을 가졌다. 이들은 그곳을 점령해 '벵갈리(로힝야족을 낮춰 부르는 말)만의 땅'으로 삼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테러범들은 자신들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4단계 전략을 쓴다"며 "우선 분쟁을 유발하고 주민들을 대피하게 한 다음, 공포감을 조성하고 이어 정부 측 정보원들을 살해한다"고 덧붙였다.
내무부 장관인 초 스웨 중장도 "ARSA가 마웅토와 부티다웅을 차지하기 위해 이번 일을 꾸몄다. 테러범들은 지방정부를 해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경찰의 요청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 정부군은 교전규칙과 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작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얀마 반테러위원회는 ARSA를 외부 세력의 도움을 받는 테러단체로 공식 규정했으며,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도 경찰초소 습격사건을 '테러범들에 의한 잔혹한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규탄했다.
심지어 수치 측은 로힝야족 민간인을 대상으로 구호활동을 펴는 유엔과 국제구호단체까지 '테러 지원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RSA는 수차례 성명과 동영상을 통해 이번 사건이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고 로힝야족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라카인주(州)는 다수인 불교도와 소수인 이슬람교도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배후로 지목된 경찰초소 습격사건 이후 미얀마군은 이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몇 달간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벌이면서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당시에도 경찰초소 습격은 ARSA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과 인권단체는 미얀마 군인들이 무장세력 토벌 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7만5천여 명의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을 부인해왔으며, 유엔이 구성한 국제 조사단의 활동도 불허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얀마군은 이달 초 라카인주 산악 지대에서 불교도인 소수민족 남녀 3쌍이 숨진 채 발견되자 또다시 ARSA를 배후로 지목하고 수백 명의 군인을 보내 토벌작전을 벌였다.
이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ARSA 대원 수백 명은 지난 25일 방글라데시 국경 인근 경찰초소 30곳을 동시다발적으로 급습했고, 이에 맞서 정부군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미얀마 군경 12명과 민간인 10여 명을 포함해 110명가량이 사망했다. 또 3천여명의 로힝야족 민간인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도 도피했고, 6천여 명은 방글라데시 측의 제지로 국경지대에서 발이 묶였다.
한편, 미얀마 주재 미국, 영국 대사관은 양측에 자제와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ARSA의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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