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에 책 선물한 노회찬 의원, 작가 조남주와 만남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평범한 여성은 이렇게 살고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조남주)
"책을 읽은 남성들도 여성과 똑같이 느끼게 된다면 이런 현실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노회찬)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와 정의당 국회의원 노회찬이 만났다. 29일 저녁 서울 서교동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예스24 여름 문학학교' 자리에서다. 노 의원은 "사진으로는 많이 뵀는데, 훨씬 젊어 보이신다"고 인사를 건넸다.
소설은 1982년에 태어난 여성 김지영의 인생궤적을 그린다. 소설의 주인공답지 않게 극적인 사건 없는 삶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 주변엔 갖은 편견과 성차별이 도사리고 있다. 법이 보장한 육아휴직을 쓰는 데도 동료들 눈치를 본다. 그러다가 말로만 듣던 '경단녀'가 된다.
작가는 20년 전 일간지 기사부터 정부부처 통계자료까지 가져와 각주를 달았다. 평균치에 가까운 서른넷 한국여성의 삶에 관한 보고서가 완성됐다. 김지영은 1982년에 태어난 여성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이름이다.
조남주는 작중 김지영과 달리 1978년생이다. 김지영은 왜 하필 1982년생일까. "1980년대는 성비가 가장 불균형한 시기였어요. 의료기술 발달로 태아 성감별이 가능해졌고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돼 암암리에 여아만 골라 낙태하던 때였죠. 청소년기엔 IMF를 겪고, 엄마가 되는 2012년 즈음엔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엄마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요."
노 의원은 소설이 많은 독자의 공감을 사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지만 실제 생애와 달리 1982년생으로 설정한 배경이 있고, 사회학을 전공하신 분답게 객관적 통계가 많이 인용됩니다. 필요하지 않은 게 섞였다면 메시지 전달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방송작가로서 다져진 필력도 메시지 전달에 안성맞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설은 지난해 10월 출간 이후 27만 부를 찍었다. 지금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4위에 올라 있다. 노 의원은 '82년생 김지영'의 애독자이자 전도사 역할을 했다. 올해 2월 SNS에 "올해 세 권의 소설을 읽는다면 '82년생 김지영'"이라고 적으며 추천했다. 석 달 뒤엔 막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책을 직접 선물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좀 더 인간다운 사회가 될 거라고 페북에 썼는데, 똑같은 이유입니다. 힘이 센 사람이 읽으면 그만큼 공감을 사고 정책으로도 나올 수 있어요. 이 책이 성평등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미진한 모습들을 바꿔달라고 문제를 제기했다면, 실제 바꾸는 건 정치의 영역입니다." 대통령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을까. "김정숙 여사에게 들었는데 책을 선물받으면 반드시, 미루지 않고 읽는다고 합니다."
'82년생 김지영'의 독자는 남녀를 막론하고 거의 자동적으로 자신의 직간접 경험을 김지영의 삶과 맞춰보게 된다. "소설을 읽은 분들이 대부분 자기 얘기를 해요. 우리가 느끼고 있었고, 차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일들을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작가가 전하는 남편은 '바람직한' 독자의 사례다. "소설을 쓰는 내내 남편과 얘기를 많이 했는데 많이 부딪혔고 의견이 달랐어요. 지금은 본인이 겪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겪은 사람이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노 의원은 "남성 배우자가 육아에 마음 이상으로 기여하기 어려운 조건이 주어진 측면도 있다"며 "가정과 직장의 인식 변화뿐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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