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의 파랑새·몸 투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 한국의 붓 = 정진명 지음. 붓을 만드는 유필무(57) 붓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붓의 세계를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정진명 씨가 정리했다.
유필무는 10대 때 서울의 전통 붓 매는 법을 배운 뒤 충북 증평으로 내려가 지금까지 전통 방식으로 붓을 만들고 있다.
책은 붓의 역사에서 시작해 털 구하는 방법부터 붓뚜껑 만들기까지 붓을 만드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한다.
붓의 어원과 기원, 역사, 좋은 붓의 조건, 붓의 갈래, 붓 관리법, 붓글씨에 필요한 문방사우, 붓 관련 여러 용어 등 붓과 관련된 내용을 종합했다.
학민사. 320쪽. 2만2천원.
▲ 느링느링 해피엔딩 = 독일의 국제환경정책 전문가인 볼프 퀴퍼는 늘 바쁜 삶을 살았다. 유엔 환경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아프리카에 파견을 가기도 하고 유엔 감시관으로 전 세계를 다니며 환경 정책과 관련된 감시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교 교수로 임용을 앞둔 어느 날 근육실조증을 앓는 딸 니나가 건넨 말이 삶의 속도를 바꿨다.
"아빠, 우리에게 백만분의 시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주 멋진 일만 생기는 백만분, 그치?"
퀴퍼는 이후 모든 물건을 팔고 아내와 딸, 아들과 함께 태국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백만분의 시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책은 이후 2년여간 딸 니나의 표현대로 '느링느링'(느릿느릿)한 시간을 보내며 인생의 박자를 조금 늦춘 삶을 발견한 퀴퍼의 이야기다.
원제 '아이네 밀리온 미누텐'(Eine Million Minuten).
북라이프. 배명자 옮김. 368쪽. 1만4천500원.
▲ 아리랑의 파랑새 = 우리나라 1세대 조류학자인 원홍구(1888∼1970)와 그의 아들인 원병오(88) 경희대 명예교수의 가족사를 다룬 책.
한국전쟁 때 헤어진 부자는 역시 조류학자인 아들이 1963년 조류의 이동 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다리에 알루미늄 고리를 달아 날려 보낸 북방쇠찌르레기를 이듬해 아버지가 평양에서 발견하면서 서로의 생사를 알게 된 사연으로도 유명하다.
책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부자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아픈 한국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쓴 엔도 기미오는 일본의 아마추어 생물 연구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한국 호랑이 연구가로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 등의 책을 펴내기도 한 그는 196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조류보호회의에 참석한 원병오 선생을 만나 그의 가족사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원서는 1984년 일본에서 출간됐다.
출판사 컵앤캡은 한국어판 인세가 멸종 위기의 한국 호랑이와 표범의 보전·복원을 위해 전액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에 기부된다고 전했다.
정유진·이은옥 옮김. 224쪽. 1만3천원.
▲ 몸투기 =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박사과정 중인 홍성훈 씨가 프로권투에 입문해 3년여간 프로권투를 몸에 익히기까지 과정과 체육관 내 상호 작용을 인류학적으로 분석한 책.
저자는 '사람들은 왜 굳이 때리고 맞아가면서 권투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직접 권투 체육관을 찾아 권투를 배우고 체육관의 다른 관원들을 인터뷰한다. 고전적인 민족지 연구자가 연구를 위해 하나의 마을이나 소집단에 직접 들어가 현지의 언어를 배우고 현지인들과 장기간 더불어 생활하는 연구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책은 저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했다.
이학사. 236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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