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기자회견서 입이 닳도록 한국 대표팀 칭찬
한국 취재진 열띤 질문세례에 "축구경기일 뿐…여유를 가져라"
(파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능구렁이 같았다. 이란 축구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공식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대신 과도할 정도로 한국 대표팀 칭찬을 하는 등 여유로운 표정으로 능청을 부렸다.
케이로스 감독은 30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대표팀과 경기를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와서 예선전을 치르게 돼 영광이다"라며 "한국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우리도 무실점 무패 기록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칭찬으로 입을 열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후에도 한국 취재진의 질문마다 칭찬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어떤 경기 영상을 봤나'라는 질문에 "한국 대표팀은 이번 경기에서 색다른 경기력, 정신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 대신 칭찬으로 대신했다.
한국과 경기에서 계속 1-0으로 이기고 있는데, 특별한 전술을 펼치는 것인지 묻는 말엔 "계속 1-0으로 이긴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취재진에게 "축구경기일 뿐인데, 왜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질문을 쏟아내느냐. 여유를 갖고 질문해 달라"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사실 케이로스 감독은 상당한 승리욕을 가진 지도자로 알려져있다.
지난 2013년 6월 한국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 감자 세리머니'를 펼쳐 논란을 빚을 만큼 다혈질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뒤엔 경기장 상태를 놓고 불만을 터뜨렸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회적으로 한국 축구 환경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케이로스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능청을 부린 까닭은 이란 대표팀이 긴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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