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통상임금 소송에 한국 자동차 '위기' 절정

입력 2017-08-30 16:44   수정 2017-08-30 18:55

사드보복·통상임금 소송에 한국 자동차 '위기' 절정

현대차 中 공장 첫 '올스톱'…기아차 '최대 3조원 비용폭탄' 우려

2년 연속 자동차 내수·수출·생산 뒷걸음…"위기 신호"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윤보람 기자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에 따른 중국 판매 부진에 기아차 통상임금 선고까지 겹치며 한국 자동차 산업 '위기'가 절정에 이르는 양상이다.

현대차는 협력업체 납품 대금을 미루다 중국 진출 이래 처음으로 현지 공장이 멈췄다가 가까스로 다시 가동됐고, 기아차는 31일 통상임금 선고 결과에 따라 '최대 3조원 비용 폭탄'을 맞을까 떨고 있다.



◇ 현대차 중국 공장 재가동했지만…판매 부진에 '불씨' 여전

현대차와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29일까지 베이징현대의 베이징(北京) 1∼3공장, 창저우(常州) 4공장 등 4개 공장은 부품 공급 차질로 가동이 중단됐다.

플라스틱 연료탱크 등을 공급하는 부품업체 '베이징잉루이제'가 납품 대금이 밀리자 아예 납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약 2만개 부품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부품 하나만 공급이 안 돼도 차량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다.

베이징잉루이제가 베이징현대로부터 받지 못한 대금은 지난 25일 기준으로 1억1천100만위안(약 189억원)으로 알려졌다.

최근 완공된 베이징현대의 충칭(重慶) 5공장이 아직 본격 가동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판매 부진 여파로 중국 진출 이래 처음으로 현대차의 중국 내 공장이 모두 멈춰 선 셈이다.

이번 1~4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이 현지 생산량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7월 판매량(약 5만대)을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최소 하루 2천대(25일 가동 가정)의 생산 차질을 본 것으로 짐작된다.

30일 해당 협력업체가 일단 부품 공급을 결정, 현대차 공장도 다시 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 협력업체와 대금 지급 협상이 완전히 타결된 것이 아니어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더구나 현지에 동반 진출한 120여개 한국 부품업체들도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부진으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만큼 비슷한 이유로 공장이 멈춰서는 사태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시 최대 3조원 비용 폭탄"

31일로 예정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도 자동차 산업 '위기설'의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현재 기아차 노조는 소송을 통해 사측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주고, 상여금 등이 포함된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임금채권 기한)간 받지 못한 각종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계산해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지금까지 해마다 임금협상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만큼 '신의성실 원칙(이하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할 수 없고, 인정되더라도 과거 분까지 소급해서 줄 필요는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기아차 사측은 만약 재판부가 전부 소급을 명령할 경우, 최대 3조원(회계평가 기준)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차 추산에 따르면 우선 2011년 10월 2만7천458명의 기아차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2008년 8월~2011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만 6천9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2014년 10월 13명의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통해 주장한 2011년 10월~2014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 약 1조1천억원에 대한 지급 의무도 생긴다.

이 두 소급분 1조8천억원에,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 증가분까지 모두 더하면 최대 3조원에 이른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심지어 완성차업체 5개사의 모임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통상임금 판결로 3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면 기업은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외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해 논란을 불렀다.



◇ 한국車 2년 연속 내수·수출·생산 뒷걸음…"위기 신호"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른 사측 추가 부담 규모에는 분석과 주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러 객관적 지표상 현재 자동차 업계가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까지 한국 자동차의 내수·수출·생산은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132만1천390대)은 2009년(93만8천837대) 이후 8년래 최저 수준이다. 특히 중국 시장 판매는 사드 갈등 여파로 1년 전보다 40% 이상 급감했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도 4% 줄어 증가세가 3년 만에 꺾였다.

이에 따라 상반기 자동차 부품 수출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줄었고, 공장가동률도 2014년 96.5%에서 올해 상반기 93.2%로 떨어졌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차의 위상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5년보다 7.2% 줄어 인도 다음 세계 6위로 내려앉았고, 10년 넘게 독일·일본에 이어 3위를 지켰던 수출도 올해 들어 멕시코에 자리를 내줬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은 지난 22일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에서 "자동차 위기 때문에 오늘 여기 모였는데, 2년 연속 차가 덜 팔린다는 것 자체가 위기의 시그널(신호)이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shk999@yna.co.kr,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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