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농사 처음"…줄기 썩고 고추에 반점 '칼라병'에 농민 한숨

입력 2017-08-31 08:38  

"30년 농사 처음"…줄기 썩고 고추에 반점 '칼라병'에 농민 한숨

고추 주산지 경북 북부에 번져…방제약 없어 생산량 크게 줄 듯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30년 넘게 고추 농사를 했는데 올해 같은 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북 안동시 예안면 인계리에 사는 박수만(61·여)씨는 31일 요즘 할 일이 없다고 했다.

밭 3천300㎡에 농사를 지었지만 수확할 고추가 없기 때문이다.

예년 같았으면 이맘때 익은 고추 따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고추밭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고추 농사에 악영향을 끼친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가 옮긴다는 '칼라병'은 처음 들었다.

밭 전체에 이 병이 번졌다. 고추에 원형 반점이 생기거나 표면이 울퉁불퉁해졌다. 해마다 1천800㎏ 정도 고추를 땄으나 올해는 수확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씨는 봄부터 몇 개월 힘들게 농사지었으나 올해 김장에 쓸 고추도 시장에 가서 사야 할 형편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그는 "탄저병에 걸리면 일부라도 수확을 할 수 있지만 칼라병은 하나도 건질 게 없다"며 "경북까지 칼라병이 번졌는데 확실한 방제대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동시 풍산읍 서미리 1만3천㎡ 밭에 고추를 재배한 지은 황현익(57)씨도 같은 처지에 놓였다.

고추 모종을 밭에 옮겨 심을 때 가뭄이 심해 고생했고 폭염을 이겨가며 일했다. 하지만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가 번져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달 중순부터 수확에 나섰으나 물량은 70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예년 수확량(2천700∼3천㎏)과 비교하면 25% 수준이다.

박씨와 황씨 밭뿐 아니라 안동 상당수 고추밭에 칼라병이 퍼졌다. 정도 차이만 있지만 영양군, 의성군 등 경북 주요 고추 생산지에도 칼라병이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남부 일부 시·군에서 칼라병 발생이 확인된 적은 있지만 올해처럼 넓은 지역에 확산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은 2015년 6천700t가량 고추를 생산해 전국의 4.6%를 차지했다. 해마다 전국 생산량의 4∼5%가량 차지하는 최대 고추 산지이다.

영양 등을 합치면 경북 북부는 전국 생산량의 2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칼라병이 번져 수확량이 줄어들면 올해 김장철 고추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25일 서안동농협 경매에서 건고추(화건) 가격이 급등했다. 1만4천200㎏이 거래된 당시 1㎏에 특품 1만5천원, 상품 1만3천400원, 보통 1만1천7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평균 20% 올랐다.

안동이 최대 생산지여서 서안동농협과 남안동농협 수매가는 해마다 전국 고춧값 형성에 기준이 되기도 한다.

칼라병은 2003년 충남에서 발생해 서해안을 따라 번졌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인 총채벌래가 서해안을 따라 이동했기 때문으로 학계는 본다.

이어 총채벌래는 전남에서 경남을 거쳐 경북으로 이동해 칼라병이 퍼졌을 것으로 각 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는 추정한다.

감염되면 새순부터 말라 들어가기 시작해 줄기와 잎이 썩어들어간다. 열매에는 반점이 생긴다.

게다가 방제할 수 있는 적합한 약제가 없어 이 병해에 걸리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고 농민들은 전한다.

안동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칼라병에 강한 품종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싸 농가가 도입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며 "내년부터는 육묘단계부터 방제교육을 철저히 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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