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 "음악 다르게 들릴 것…CD팬 등 디지털 진입도 가속화"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음악감상실. 고가의 오디오 장비 앞에서 나비넥타이를 맨 음악 평론가 임진모(58)씨가 걸그룹 '마마무'의 히트곡 '데칼코마니'를 틀었다. 여성 4명의 코러스가 유채 물감 퍼지듯 방 안을 흔들었다.
"이 노래는 보컬이 기가 막히지만, 저음질로 들으면 기성세대는 시끄럽게 느낍니다. 소리의 디테일이 구분이 안 되고 뭉쳐서 들리기 때문이죠. 이렇게 촘촘한 고음질로 들으니 어떻습니까? 고음질 음원 서비스는 젊은 세대가 아닌 이들이 요즘 아이돌 음악을 재평가할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줬다고 봅니다"
임씨가 웃었다. 이날 행사는 국내 음원 서비스 '멜론'이 마련한 '하이파이(Hi-Fi) 음감회'다. 멜론·벅스뮤직 등 주요 음원 서비스가 공을 쏟고 있는 고음질 서비스의 의의를 설명하는 자리다.
고음질 서비스란 비손실 음원 기술인 FLAC(Free Lossless Audio Codec)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로, 올 여름부터 국내 대중화의 급물살을 탔다.
영상 시장이 SD(표준화질)를 벗어나 풀HD(고화질), UHD(초고화질)급으로 빠르게 옮겨간 것처럼 음원도 '상향 표준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따라 업계가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멜론은 지난달 '멜론 하이파이' 서비스를 출범하고 약 1천만곡을 FLAC 파일로 제공한다. 벅스는 가짜 고품질 파일을 자동으로 판정해주는 이색 서비스를 올 6월 선보였고 지니뮤직도 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임씨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는 음원(음반)을 찾아 듣는 수고를 없앰으로써 대중이 다른 세대의 음악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해준 공이 크다. 단 아쉬웠던 것이 MP3 파일 특유의 낮은 음질이었는데 그 아쉬움이 해결돼 음악 감상의 새 도약이라고 평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디지털 음원을 쓰지 않고 CD나 LP로 음악을 듣는 아날로그 마니아층이 적지 않은데 고음질 서비스를 계기로 이들 중 적잖은 수가 디지털 영역으로 넘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임씨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애초 음악 감상의 세대 간 벽을 허물어왔다고 설명했다. 아날로그 음반 시절에는 음원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고 번거로웠던 탓에 자신 이후 세대의 음악과 자연스럽게 단절됐는데 이젠 관심만 있으면 어떤 세대·취향의 음악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임씨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아니었으면 나도 일찌감치 음악평론가 직을 은퇴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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