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초대 3강 대사에 '커리어' 없어, 한중 수교이후 첫 사례
대통령 신임 강점, 외교전문성은 검증안돼…평가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첫 4강(强)대사 중 30일 1차로 발표된 미국, 중국, 일본 주재 대사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직업 외교관료 출신이 1명도 포함되지 않은 점이다.
조윤제 주미대사 내정자와 이수훈 주일대사 내정자는 학자 출신이고, 노영민 주중대사 내정자는 정치인 출신이다. 조 내정자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 주영국 대사를 역임했지만 학교와 경제분야 국제기구에 평생 몸담아온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정권의 초대 미·중·일 주재 대사에 '커리어 외교관'으로 불리는 직업 외교관료 출신이 전면 배제된 것은 한·중이 수교한 1992년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이전 5대 정권에서 한 차례도 없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동북아 국장 출신인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외시 기수 중심의 폐쇄적인 문화를 쇄신하고 외교부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
한 전직 대사는 "외교장관에 이어 미중일 주재 대사에 외시 출신 관료를 배제한 것은 기존에 외교관료로 종사했던 사람들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감이나 외교부를 바깥에서부터 변화시켜야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미중일 주재 대사 내정자의 또 다른 특징은 대통령과의 '가까움'이다.
조윤제 내정자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지냈고 지난 5월 대통령 유럽연합·독일 특사 임무를 수행한 데서 보듯 문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받아왔다. 여권 중진의원 출신인 노영민 내정자 역시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고 있고, 이수훈 내정자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역임한 데 이어 현 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대사에 대한 주재국의 '대우'에는 대사가 얼마나 파견국가의 정상과 가까운지, 또는 정상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는게 외교가의 통설이다. 주재국 고위 인사들과 원활히 접촉하고, 우리 정부의 국정 방향, 정책, 대통령의 속내 등을 주재국 정부에 전달하는 데는 대통령과의 '가까움'이 큰 강점이 될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대사 내정자들의 외교 관련 전문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조윤제 주미대사 내정자는 경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와 관련한 대응에 적임자라는 평가지만 북핵, 한미동맹 등에는 경험이 없다. 또 이수훈 주일대사 내정자는 2015년 일본 게이오(慶應)대에 초빙교수로 4개월간 몸담은 경력이 있지만 역시 '일본 전문가'로 부르기엔 무리가 있고, 노영민 내정자 또한 비슷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 때문에 북핵,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가 현안으로 걸려 있는 대미·대중 외교와 한일 위안부 합의의 향배가 중대 변수로 존재하는 대일 외교 측면에서 이들 내정자가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일단 외교부 안팎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조세영 교수는 "대통령과 가깝고 국정철학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대사로서 큰 장점"이라며 "현대외교에서 대사 업무를 직업외교관이 독점하는 것은 맞지 않고, 사회 각계에서 다양하게 발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교부의 한 국장급 간부도 "대사는 대통령의 신임이 중요하고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무난한 인선이라고 본다"고 평가한 뒤 "업무는 수십 명의 대사관 직원들이 하는 것"이라고 전문성 문제가 큰 장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조윤제 내정자의 경우 FTA 협상에서 그분의 경제 분야 전문성이 도움될지 모르지만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측면에서는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또 한 전직 대사는 "개인적으로 봐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인사"라며 "직업외교관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 같은데, 철학과 이데올로기만 가지고 외교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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